“모두 콘크리트 정글로 뒤바뀌었다”[금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4. 1. 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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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교토와 나라 같은 고대 도시를 동경하고 또 아름답게 여기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도시들이 자신들의 현대적 삶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이런 곳들은 환상 속의 도시, 역사 테마파크가 되었다. (…) 교토, 베이징, 방콕은 모두 콘크리트 정글로 뒤바뀌었다. 그러는 와중에 시골은 광고판과 전선과 알루미늄을 덧댄 가옥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지하 감옥의 달걀이 깨진 것이다.
<사라진 일본>(윤영수·박경환 옮김, 글항아리) 중

일본 토건 사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치명적인 일본>을 쓴 알렉스 커는 이 책에서도 전통과 환경 파괴를 이야기한다. TV 속 광야에 콘크리트나 전깃줄이 없다면, 세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풍광의 소멸 와중에 빠져든 건 가부키, 다도, 서예 같은 추상의 세계다. 일본 비판서자 예찬서다.

‘지하 감옥의 달걀’은 고대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전설에 나온다. 이 시인이 나폴리의 카스텔 델로보(달걀성)에 달걀을 선물하며 달걀이 깨지면 성도 부서질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지하감옥에 보관한 달걀도 깨지지 않았고, 성도 무너지지 않았다. 커는 어릴 적 이 성에 살고 싶었다고 한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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