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국민” 중년 “민진” 청년 “민중”…대만 표심은 ‘세 조각’
“국가 발전 위해 투표” 열기
‘미국 우선’ 대 ‘양안 중요’
안보 문제 놓고 의견 갈려
민진당·국민당 후보 접전
커원저, 2030 지지로 선전
“회사 최고경영자(CEO)도 8년 정도 하면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 가능성이 생긴다.”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시 총통부 인근에서 만난 인테리어 디자이너 장모씨(53)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이 8년 동안 집권하면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변화가 필요한데 대만민중당(민중당)은 신생 정당이라 경험이 부족하다. 중국국민당(국민당)이 노쇠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나마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총통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 대만 도심 곳곳은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후보들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나부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각 정당은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반중친미 성향인 집권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 현 부총통과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가 총통·부총통 후보로 나섰다.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은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과 3선 의원 출신인 자오샤오캉 중광 회장을 각각 총통과 부총통 후보로 내세웠다. 전통적으로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던 총통 선거가 이번에는 2019년 창당한 민중당에서 커원저 주석과 우신잉 입법위원이 총통·부총통 후보로 출마하면서 3파전 구도가 됐다.
새 정당 후보가 출마한 데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돼 대만인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적극적인 투표 의지를 나타냈다. 40대 택시기사 황총푸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아니면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후보는 없지만 대만의 발전을 위해 투표에는 꼭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보면 현재 민진당의 주지지층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고, 국민당은 노년층의 지지가 많다. 타이베이 2·28평화공원에서 만난 50대 주부 가오모씨는 “민진당이 지난 8년 동안 경제와 안보 등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반면, 70대 런모씨는 “민진당이 8년 동안 잘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중당 커 후보는 20~30대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다. 대만대에서 만난 대학원생 셰모씨(23)는 커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며 “민진당과 국민당의 식상한 구도에서 새로운 정당이 나와 민중당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층의 지지에 힘입어 커 후보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악화된 경제 상황을 집권당 탓으로 돌리는 유권자들은 정권교체 필요성을 얘기한다.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중국이 대만에 대해 전방위적인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대만대 대학원생 후화이위(24)는 “국민당이 되면 양안 관계가 나아지고 단기적으로는 대만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는 멀어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유지·강화와 안정을 위해 민진당 집권이 지속돼야 한다는 시각과, 양안 관계 개선을 위해 국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허우 후보가 두 번의 시장을 지낸 신베이 도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쉬모씨(62)는 “허우 후보가 시장 역할은 그럭저럭 잘했지만 총통을 할 만큼의 역량은 부족하다는 게 제 주변의 평가”라면서 “대만의 안정을 위해 민진당이 계속 집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2·28평화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대만인들은 당연히 전쟁 위험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외국에서 보는 것처럼 그런 상황을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양안 관계가 안정되는 것이 평화·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타이베이·신베이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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