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는 건 언제부터 ‘선’이 되었나[책과 삶]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로버트 파우저 지음
혜화1117 | 336쪽 | 2만4000원
최근 스프레이 낙서로 경복궁 담장이 훼손됐다. ‘테러 행위’로 명명된 이 사건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과 그 주위의 북촌 한옥마을 등 일부 지역은 국가와 시민들의 관심 속에 보존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도시들마다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려고 하는 걸까. 왜 그런 행위를 선이라고, 또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라고 여기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만도 하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생활하며 그곳을 연구해온 저자는 보존의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엔 “권력자들의 정통성 획득부터 종교적 가치의 실현, 애국심 고취”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책에 따르면 북촌 보존 움직임은 1970년대 말 시작됐다. 1978년 서울 종로구 창덕궁 근처에 있는 휘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했다. 근대 교육 역사를 함께한 소위 명문 학교들이 강남 개발과 함께 강북 지역을 떠나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북촌의 옛 모습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 ‘88 서울 올림픽’을 반대 세력 탄압의 기회로 삼던 전두환 정권은 올림픽 성공을 위해 외국인에게 보여줄 한국적 관광상품을 찾았고, 북촌에 눈을 돌렸다. 정권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전통 보존 의식이 결합해 북촌 보존 움직임은 가속화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로 사라진 일본 히로시마 성은 전쟁의 어려움을 극복한 평화의 상징이 되기 위해 복원됐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튀르키예 이스탄불, 중국 베이징, 오스트리아 빈 등 제국주의 시대의 수도는 “제국의 전시장으로,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남겨두려는 부르주아 계급의 경관 보존 실험장”으로 살아남기도 한다.
역사가 보존된 지역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과잉 관광화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낳기도 한다.
땅값이 오르고 누군가에겐 이들 지역이 “값비싼 테마파크”로만 남게 된다면, 왜 이곳을 보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 <도시독법> 등 자신이 지내온 터전의 이야기를 해온 저자가 한국어로 쓴 책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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