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반대에도 지휘봉' 염기훈 감독, 수원 승격 위한 솔루션은?

수원=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1.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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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신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2(2부)로 강등된 수원 삼성이 재창단의 각오로 승격을 다짐했다. 새롭게 부임한 박경훈 단장과 염기훈 감독은 2024시즌을 앞두고 결의의 찬 출사표를 던졌다.

수원은 2023 하나원큐 K리그1에서 최하위(8승 9무 21패·승점 33)에 그쳐 다이렉트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K리그1 4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수원은 창단 첫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시즌 중 이병근 감독과 김병수 감독을 차례로 경질하는 강수를 뒀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당시 염 감독은 플레잉 코치로 김병수 감독이 물러난 뒤 감독 대행을 맡았으나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강등 직후 이준 대표 이사와 오동석 단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외에는 약 한 달간 재도약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마침내 수원은 결단을 내렸다. 박경훈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를 신임 단장, 강우영 제일기획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명가 재건의 시동을 걸었다.

뒤이어 염 감독을 대행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했다. 수원은 "선수단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염 감독이 당면 문제 해결과 팀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고개 숙인 염기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염기훈 감독 선임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앞서 수원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는 염기훈 감독 선임설이 나오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헸다.

이들은 "프로에서 정식 감독으로 지휘 경험이 없는 감독은 승격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면서 "재창단의 각오로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본인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구단의 행태로 미루어 보아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할지 또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1명의 레전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염 감독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수원에서 뛰며 팀의 최다 출전, 최다 골, 최다 도움, 최다 공격 포인트 등 기록을 보유한 수원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앞서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등 구단 레전드 출신 감독들의 실패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수원은 염 감독에 신뢰를 보냈고, 팬들에게 승격을 약속했다. 박경훈 단장과 염기훈 감독은 11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구단 클럽 하우스에서 입을 모아 '명가 재건'을 외쳤다.

박 단장은 염 감독 선임 이유에 대해 "세계적인 감독이 와도 처음에는 걱정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염 감독에게 명확한 목표와 방법을 물었더니 확실하게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감독에게 모든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나도 염 감독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다짐했다.

염 감독은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인데, 팬들과 다른 선택을 해서 죄송하다"면서 "경험이 없는 것은 사실이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보여드린 게 없어서 할 말은 없지만 경험이 없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포즈 취하는 수원삼성 신임 박경훈 단장·염기훈 감독. 연합뉴스

박 단장은 축구계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인물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성남FC 감독을 역임했고,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교수와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 최근에는 부산 아이파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도 활동했다.

외부에서 수원을 지켜보다 직접 실무를 맡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터. 박 단장은 "그 누구도 수원이라는 명가가 강등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사실 강등은 지난해가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단장은 "시작부터 용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반적으로 선수단이 변화를 가져야 하고, 프런트도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밖에서 보는 여러가지 문제점부터 과감하게 바꿔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단장이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던 부산은 지난해 K리그2 2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아쉽게 승격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박진섭 감독의 역량은 상당히 훌륭했다. 하지만 막판에 결정을 지을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연패에 빠졌을 때 헤어나오는 법, 지속성을 갖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다. 그런 부분을 염 감독과 잘 준비해서 좋은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 강등 직후 "적재적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 시즌을 준비 중인 그는 "내가 쓸 전술에 필요한 선수가 들어와야 한다"면서 "단장님과 상의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일단 체질 개선을 하고,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쓸지 감독과 잘 상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2부는 1부보다 역동적이고 뛰는 양이 많다. 핵심적인 부분 외 체질 개선을 하면서 감독이 원하는 철학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들 앞에서 연설하는 염기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한때 수원은 모기업의 탄탄한 지원으로 K리그를 제패했으나, 운영 주체가 2014년 삼성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뒤 투자가 감소했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겪은 결과 지난 시즌 창단 첫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강등이 된 만큼 투자가 더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 단장은 "2부에서만큼은 가장 많은 금액을 쓰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화끈한 영입을 예고했다.

염 감독은 "남은 선수들도 굉장히 좋은 자원들"이라면서 "2부가 치열한 만큼 역동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 가만히 서서 하는 축구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단 구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고명석(대구FC), 한석종(성남FC), 권창훈(전북 현대) 등이 이탈한 가운데 코즈카 카즈키만큼은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외부 선수도 중요하지만 기존 선수도 잡아야 한다"면서 "카즈키에 대해 강력하게 말했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지만 같이 하고 싶은 의지가 크다. 일단 기존 선수들에게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원은 12일부터 29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1차 전지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이 팬들의 우려를 씻어내고 승격 염원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수원=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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