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후 ML 직행 vs KBO리그 경험…추신수·배지환의 생각은
배지환 "타자는 빨리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한국 야구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데 크게 보면 두 갈래 길이 있다.
고교 졸업 후 MLB 구단과 계약해 미국 무대에 직행하거나 KBO리그에서 뛰다가 포스팅 시스템 또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진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교 졸업 후 MLB 구단과 계약해 미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와 한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병현(이상 은퇴), 빅리그에서 16시즌을 뛴 추신수(현 SSG 랜더스) 등이 고교 졸업 직후 MLB 구단과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사례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뛴 선수 중에서는 MLB에서 FA 신분인 최지만과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피츠버그에서 유망주로 손꼽히는 우완 투수 심준석도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포기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최근에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진출하는 것이 대세인 분위기다.
이번 겨울에만 두 명의 선수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87억)에 대박 계약을 맺었고, 고우석은 보장 2년, 450만 달러, 최대 3년 700만 달러(약 92억원)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을 거친 선수 중 MLB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것은 단연 류현진이다.
한화 이글스에서 7시즌을 뛰고 2012시즌 뒤 포스팅을 거친 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후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MLB 정상급 투수로 자리 잡았다.
강정호(은퇴), 박병호(현 KT 위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모두 포스팅을 거쳐 MLB에서 뛴 선수들이다.
두 갈래 길 중에 어떤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고교 졸업 후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하면 고생길을 걸어야 한다. 어린 나이에 빅리그에서 설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이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뎌야 한다.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직행한 선수들이 모두 성공 사례만 쓴 것은 아니었다. 현재에도 심준석을 비롯해 박효준, 장현석 등이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신 이른 나이에 일찌감치 몸으로 부딪히면서 미국 문화에 적응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회만 빨리 잡을 수 있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높은 연봉도 받을 수 있다.
KBO리그에서 뛰다 진출할 경우 포스팅을 거치면 최소 7시즌, FA 자격을 얻으려면 고졸 8년, 대졸 7년을 채워야 해 미국 진출 나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KBO리그에서 쌓은 경력을 인정받아 류현진, 이정후처럼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하고 화려하게 MLB에 입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직행한 추신수와 배지환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한 추신수가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2008년이었다. 2005년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지만, 마이너리그를 오갔다.
약 7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떠났는데 생활 자체가 달라서 너무 힘들었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무인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롭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돌아봤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도 있다는 것이 추신수의 설명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뛴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선수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돈과 위상이 있는 선수들이라 아주 가깝게 지내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고생하다보면 정이 쌓인다.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친해지는지를 배운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2013시즌을 마친 뒤 MLB에서 FA가 돼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했던 추신수는 텍사스에서 뛰는 내내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했다.
추신수는 "미국은 마이너리그를 거쳐 MLB까지 올라온 것 자체로 인정을 받는다. 만약 제가 KBO리그에서 뛰다 포스팅, FA를 통해 미국에 갔으면 텍사스에서 리더 역할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방법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 추신수의 결론이다. "고교 졸업 후 직행하는 것과 KBO리그를 경험하고 미국으로 가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며 "포스팅 시스템이나 FA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배지환은 야수의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KBO리그에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며 "투수는 크게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타자는 일찍 미국에 가는 것이 한결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미국에서 어린 나이부터 타자로 뛰는 것이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배지환은 "(타자로) 미국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려면 최대한 많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왕이면 일찍 미국에 가서 마이너리그 때부터 미국 투수들의 공을 접하는 것이 적응에 한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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