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반년은 어려우니, 못 버틸 기업 돕겠다"는 한은

김혜지 기자 2024. 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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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추가 인상 사실상 내려놔…인상 공식 종료 해석
동시에 '조기 인하' 어렵다 거듭 강조…특별중개대출 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공식 종료함과 동시에 3개월 내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고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 높은 금리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9조원 규모의 한시 중개 대출 지원을 예고했다.

사실상 올해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힘들어 보이니, 오랜 고금리를 버티지 못할 기업들을 도와 금융 안정을 뒷받침하면서 물가 안정을 확신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은 한은이 상반기를 지나 7~8월쯤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 존재했던 2분기 말 인하 예상이 힘을 잃은 모습이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하고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 이후 통화정책 결정문 하단에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꾸준히 포함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문에는 이러한 '추가 인상 탐색' 문구가 빠졌다. 시장은 이를 두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공식 종료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5명 전원이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3개월 동안 유지하길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고 이 총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 총재 스스로의 '개인적인 의견'을 공개했다.

향후 통화정책이 전적으로 금통위원 견해를 따른다면 기준금리는 오는 4월까지 확실히 동결된다. 기준금리 인하는 5월에야 단행될 여지가 생긴다.

문제는 한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음에도 정작 기준금리 인하를 준비 중이라는 인상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총재가 최소 반년 동결을 예상하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고금리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한은이 전날 금리 동결과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한시 특별 지원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고금리 장기화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말 금통위 의결을 통해 금중대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확보했다면서 이를 활용해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주점업·부동산업 등 일부 업종 제외)을 대상으로 2월1일~7월31일(6개월) 한시 특별 지원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중대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낮은 이율로 자금을 대주고 은행들은 그만큼 싼 이자로 지원 대상에 돈을 빌려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번 금중대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 실적의 50% 또는 75%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은은 금중대를 실시하는 이유로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약 업종과 지방 소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과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만일 고금리가 오래 지속돼 자금 사정이 악화된 소상공인 또는 중소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진다면 규모에 따라서는 금융 안정이 저해되거나 거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악영향이 제한적이라면 다행이나 만에 하나 큰 충격이 발생한다면 한은은 물가 안정 측면에서 평가한 최적의 시기보다 일찍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의 금중대 실시를 매파(긴축 선호) 기조 완화로 해석했지만, 정작 이 총재는 금중대가 오히려 '고금리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중대 지원이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크게 늘리는 것이 아니고 선별 지원을 통해 기본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금통위원께서) 말씀하셨기에 (금중대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지 않으며 기존 긴축 의지를 고수했다"면서 "적어도 상반기 내 한은은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있고 오는 7~8월 중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긴축 기조가) 바뀔 이유가 '하나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기, 물가, 금융상황 모두 동결 기조 장기화를 지지한다"며 "조윤제 금통위원의 금중대 반대 소수의견과 총재의 6개월 인하 가능성 제한 발언 등은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 역시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윤제 위원은 금중대 지원이 자칫 한은의 정책과 다른 완화적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금중대 지원이 완화적으로 해석될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찬성한 다른 위원들에 비해 훨씬 매파적인 입장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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