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밖에 모르던 NC가 일본 출신 외인 타자를 영입하다니…제2의 피렐라 될 수 있나
[OSEN=이상학 기자] NC 다이노스가 구단 최초로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
NC는 11일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맷 데이비슨(32)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14만 달러, 연봉 56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로 신규 외국인 선수 총액 100만 달러를 채웠다. 지난달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85만 달러), 카일 하트(90만 달러) 두 명의 좌완을 영입한 데 이어 타자 데이비슨까지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지난해 118경기 타율 2할8푼3리(435타수 123안타) 17홈런 90타점 OPS .815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제이슨 마틴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NC의 선택은 데이비슨이었다. 그동안 투타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을 미국 출신으로 구해온 NC가 NPB 출신 타자를 처음으로 영입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NC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데이비슨은 190cm, 104kg의 신체조건을 갖춘 우투우타 내야수로 투수와의 승부가 끈질기고, 어떤 상황에서도 장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장점으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데이비슨은 MLB, NPB를 통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장타 생산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MLB 통산 타석당 투구수가 4.2개가 넘을 만큼 투수와의 승부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다. 타선에서 팀의 중심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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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유망주 출신 데이비슨, ML 통산 54홈런 '마틴과 묘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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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5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된 유망주 출신 데이비슨은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4~2015년 다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다시 빅리그에 올라갔고, 2020년 신시내티 레즈, 2022년 애리조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쳤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성적은 306경기 타율 2할2푼(1003타수 221안타) 54홈런 157타점 88볼넷 381삼진 출루율 .290 장타율 .430 OPS .719. 타격 정확성이나 선구안은 떨어지지만 화이트삭스 시절인 2017~2018년 각각 26개, 22개로 2년 연속 20홈런을 넘길 만큼 장타력은 확실한 거포다.
메이저리그에선 전형적인 ‘공갈포’였지만 마이너리그에선 극악 수준이 아니었다. 트리플A 8시즌 통산 757경기 타율 2할5푼3리(2841타수 718안타) 163홈런 497타점 OPS .815로 준수했다. 2019년 33개, 2022년 32개로 트리플A에서 30홈런 시즌도 두 번 있었다.
특히 2022년 86경기 타율 3할1푼(323타수 100안타) 32홈런 66타점 OPS 1.058로 활약하며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PCL) 홈런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그때 데이비슨과 함께 1위를 한 선수가 지난해 NC에서 뛴 좌타 외야수 마틴이다. 그해 마틴은 129경기에서 홈런 32개를 쳤다. 86경기에서 32홈런을 터뜨린 데이비슨의 홈런 생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 가능하다. 마틴이 떠난 자리에 데이비슨이 들어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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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에서도 19홈런, NPB 타자 첫 영입한 NC '히로시마 출신 피렐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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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은 지난해 일본으로 향했다.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112경기 타율 2할1푼(348타수 73안타) 19홈런 44타점 22볼넷 120삼진 출루율 .273 장타율 .425 OPS .698을 기록했다. 센트럴리그 홈런 공동 9위에 올랐지만 타율이 너무 낮았고, 삼진율이 31.5%에 달했다. 낮게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뚜렷했다. 포크볼(.111·4/16), 체인지업(.085·4/47) 같은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득점권 타율 1할3푼6리로 찬스에서도 유독 약했다.
시즌 후 히로시마와 재계약에 실패한 데이비슨은 한국으로 다시 무대를 옮겼다. 아무래도 일본보다 투수들의 레벨이 낮은 한국에서 통할 여지가 있다. 2020년 히로시마에서 뛰다 2021년 삼성 라이온즈에 온 뒤 3년간 ‘효자 외인’으로 활약한 호세 피렐라가 좋은 예.
피렐라는 2020년 히로시마에서 99경기 타율 2할6푼6리(316타수 84안타) 11홈런 34타점 OPS .723으로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선 3년간 420경기 타율 3할5리(1671타수 509아낱) 73홈런 286타점 OPS .866으로 맹활약했다.
NC는 그동안 거의 대부분 외국인 선수를 미국에서 데려왔다. 올해 들어온 선수들까지 창단 후 12년간 총 27명의 외국인들이 왔는데 그 중 일본 경력자는 2명밖에 없다. 2021년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를 거쳐 2022년 8월 대체 선수로 NC에 온 좌완 투수 맷 더모디가 처음이다. 이어 데이비슨이 두 번째이자 타자로는 1호. 대체 선수를 제외하고 시즌 시작 시점에 NPB 출신을 데려온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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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외국인 1루수 영입, NC 경쟁 구도에도 변화 '주전 중견수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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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외국인 타자를 1루수로 데려온 것도 아주 오랜만이다. 2014~2016년 에릭 테임즈, 2017~2018년 재비어 스크럭스가 1루수로 활약했지만 그 이후 외국인 타자는 계속 외야수로 구했다. 2019년 포수와 우익수를 겸했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대체 선수로 우익수 제이크 스몰린스키가 뛰었고, 2020~2021년에는 애런 알테어가 중견수를 책임졌다. 공수주에서 활약하며 2020년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이어 2022년 좌익수 닉 마티니, 2023년 중견수 마틴이 거쳐갔다.
이 기간 NC는 기대를 걸었던 국내 1루수들의 성장이 더뎠다. 2020년 강진성이 ‘1일1깡’ 바람을 일으키며 우승에 기여했지만 반짝 활약으로 끝났다. 윤형준와 오영수도 번갈아가며 기회를 받았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결국 6년 만에 1루수 외국인으로 데이비슨을 영입하며 경쟁 구도에 변화를 줬다. 중견수 자리가 비면서 김성욱, 최정원, 천재환 등이 새롭게 주전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데이비슨은 “NC 다이노스 구단에 입단하게 돼 영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함께 팀 승리를 위해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서 나의 능력 최대치로 활약해 팀 우승을 돕는 게 목표다.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 같이 야구할 생각에 기대가 크다”며 “KBO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열정적인 팬들이 많은데 특히 NC 팬들께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다고 들었다. 팬들의 열정 넘치는 응원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팬들의 응원에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보답하고 싶고, 한국 문화도 배우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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