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이것이 영화감독의 운명인가, 도 닦는 심정으로 살았다”[SS인터뷰]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어렸을 적부터 ‘수호지’와 같은 고전을 끼고 살던 최동훈 감독에게 영화 ‘외계+인’은 숙원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가운데 도술을 부리는 자와 총을 쏘는 자가 맞붙고 외계의 존재가 지구를 찾는 설정은 최 감독이 그토록 그리고 싶은 세계관이었다.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 숱한 히트작을 내며 이름값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를 신뢰한 빼어난 배우들이 그의 휘하에서 신명 나게 연기했다.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한 ‘외계+인’ 1부의 결과는 그래서 더 충격일 수밖에 없다. 주위 감독들에게 “뭐가 문제냐”며 조언을 구한 끝에 얻은 결론은 “2부는 잘 만들어야 한다”였다.
2부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150번 넘게 시청했고, 52가지 버전이 탄생했다. 음악도 무려 100곡 이상을 만들었다. 53번의 새 버전을 만들고 싶었지만, 편집 기사의 “더 이상 오지마. 그만해도 돼”라는 말에 포기했다. 산고 끝에 지난 10일 개봉한 ‘외계+인’ 2부는 최동훈 특유의 장기와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라는 호평이 잇따른다.
최동훈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동안 집 밖에 안나갔다. 그러다 ‘내가 영화를 진짜 좋아했었지’라고 생각했다. 집과 편집실만 오갔는데, 6개월 되니까 작업이 즐거워졌다. 영화감독의 운명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걸 못 받아들이면 다음 영화를 못 할 것 같아 도를 닦는 느낌으로 살았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편집본이 나오면, 목욕재계부터 했다. 그리고 주문을 걸었다. “넌 관객이야”라고 속삭였다. 그렇게 자신을 속인 뒤 영화를 관람했다. 냉정하게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을 150번 넘게 거쳤다고 했다.
“2부 편집이 이미 90% 완성됐지만 완전히 재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표는 몰입감이었어요. 배우들에겐 녹음을 계속 부탁하고, 편집 기사를 설득하고 음악 감독에겐 음악을 요구했죠. 완성본을 만들고 ‘이젠 끝이야’라고 말한 게 너무 여러 번이에요. 나중엔 아무도 믿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스스로 깨달은 건 ‘우연을 운명으로 만든 과정을 좋아하는구나’였다. ‘범죄의 재구성’(2004)부터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은 물론 심지어 시대극인 ‘암살’(2015)마저도 이 패턴을 갖는다. 우연처럼 뭉쳤다가 운명처럼 흩어졌다. ‘외계+인’도 마찬가지다.
“우연이 운명으로 이어지는 뉘앙스가 이 영화의 정서죠. 그래서 ‘뜰 앞의 잣나무’ 같은 대사가 나온 것 같기도 해요. ‘전우치’ 때 썼던 여러 자료를 버리려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구예요. 저도 그 의미를 잘 몰라요. 우왕(신정근 분), 좌왕(이시훈 분) 같은 존재는 특이하잖아요. 알고 보니 얘가 얘인 존재, 인간사도 그런 식으로 얽히지 않나요. 인연과 운명을 알고 싶어서 종교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최 감독은 늘 관객을 홀리는 반전을 그려왔다. ‘타짜’의 정마담(김혜수 분), ‘도둑들’의 마카오박(김윤석 분)으로 반전의 묘수를 부렸다. 이번에는 이안(김태리 분)으로 관객을 속인다. 유쾌한 거짓말이 영화적 쾌감을 몰고 온다.
“반전은 스릴러 소재에서 멋진 무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영화에서든 반전이 있으면 흥미롭죠. 저는 반전을 빨리 폭로해야 효과를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일찍 공개하곤 했어요. 이번에는 크고 작은 반전이 여러 개죠. 진주목걸이가 계단에 파바바박하고 뿌려지는 느낌으로 활용했어요.”
최 감독 작품 중 또 하나의 특성은 철저한 가상 세계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단서 위에 독특한 세계를 그려내 왔다. 범죄를 일으키는 인물이 뚜렷한 목적이 있는 선한 존재이기도 했다.
“저희 아버지가 ‘암살’을 보시고 ‘염석진(이정재 분) 같은 놈이 동네에 있었지’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실화와 허구의 경계는 무너진 것 아닌가 싶어요. 실화는 엄격하잖아요. 그 시대 분위기나 작은 사건만 따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거죠. ‘범죄의 재구성’을 준비하면서 범죄를 하기 위해 남으로 위장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범죄의 끝은 자신마저 속이는 ‘위장’이죠. 저는 작품에서 위장된 페르소나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외계+인’에서는 이안이 그 역할이죠.”
비록 한 번의 고초는 있었지만, 최감독은 여전히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과연 그 상상력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
“다 다르죠. ‘암살’은 전쟁터에서 긴 총을 들고 있던 여성에서 출발했고, ‘도둑들’은 홍콩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도사도 찍었는데 외계인은 못하겠냐 싶어서 ‘외계+인’이 탄생했어요. 그런데 아직 다음 영화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럴 바엔 ‘외계+인’ 2부에 올인하는 게 맞다고 여겨서요.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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