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관리부실의 그늘···횡령·배임·사기[꾼들의세계]
시공능력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지난 12월28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조가 짙어지는 반면 금리인하 속도는 늦어 부실 PF를 떠안고 있는 시공사의 부담은 누적이 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PF 시장 부실은 건설사 부도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이어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나 담보 대신에 프로젝트의 예상 분양 수익을 기초로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 기법이다. 부동산 개발은 크게 토지 매입,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및 입주로 나뉘는데 시행사는 토지 계약금, 공사비 등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주로 대출로 마련한다.
위험도가 높은 사업 초기 브리지론은 주로 저축은행과 증권사가 후순위 형태 대출로 참여한다. 인허가 완료 후에는 본PF로 전환돼 금융권 대출, 수분양자 계약금 및 중도금이 재원으로 사용된다. 시행사는 담보가 없고 신용도도 높지 않아 시공사(건설사), 증권사 등이 연대보증, 채무인수, 책임분양 등으로 신용을 보강한다.
PF는 선분양 구조인 국내 주택시장에서 주택의 원활한 공급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대출이 실행되는 만큼 위험성이 커서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금융사의 내부통제 소홀로 PF 대출 과정에서 대출 대가로 뒷돈을 받거나, 대출금을 빼돌리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모 전 우리은행 신탁사업단 부동산금융팀장(당시 47)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1년 12월 징역 6년·추징 28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2017년 3월에는 같은 사건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유죄로 확정돼 징역 1년4개월이 추가됐다.
천 전 팀장은 2007년 중국 화푸오피스 빌딩의 인수와 재매각 사업을 추진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A사 대표 등에게 3800억원을 대출해주는 대가로 28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은행 신탁사업단은 2006년부터 최초의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판결문을 보면 천 전 팀장은 페이퍼컴퍼니로 화푸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기로 계획하고, 내부규정에 따라 여는 부동산투자실무협의회 첫 번째 회의에서 안건이 부결됐는데도 담당자를 바꿔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이어 양수약정(대출) 체결을 최종 결정하는 부동산투자협의회에서는 실무협의회에서 제기됐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고 보고해 안건을 통과시켰다. 천 전 팀장은 프로젝트 대출이 실행된 후 한 달 만에 퇴사했고 뒷돈을 넘겨받았다.
앞서 감사원은 천 전 팀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1년 8월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우리은행 신탁사업단이 2002년 6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신탁부동산 PF 49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시행사에 4조2335억원의 양수약정을 제공해 7128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내부통제를 거치치 않고 특정인에게 양수약정을 집중적으로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PF라는 용어가 대중화하면서 PF 대출을 내세운 사기 범죄도 종종 적발된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옥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81)에게 지난해 12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 힐링타운을 개발하겠다고 속여 땅 주인 B씨가 토지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 57억8000만원 중 1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토지를 담보로 제공해주면 B씨의 기존 채무 일부를 갚아주고 나머지는 건축허가를 받아 갚겠다고 했으나 갚지 못했다.
A씨는 “잔금은 PF 대출로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잔금 지급일까지 건축허가를 신청하지 않았고, 사전에 PF 대출을 받겠다는 계약서 문구도 없었으며, PF 대출을 받을 능력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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