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리 인하, 이르면 7월부터…연말까지 0.5~1.0%p↓”
위험 커져 내수 경기가 지속적으로 억눌릴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시점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 일단 시장 일각에서 제기돼온 2분기 인하설은 힘을 잃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은이 이른 통화정책 전환이 물가·부동산·가계부채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하는 만큼, 앞으로 최소 반년 동안 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 이르면 7월께 한은의 인하가 시작돼 연말까지 0.5∼1.0%포인트(p)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6개월 내 인하는 기대하지 말라'는 개인적 시각을 내비쳤을 뿐 아니라, "금통위원 5명(총재 재외)이 장기간 기준금리 3.50%를 유지해서 물가 안정 기반을 확보하자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통위원들이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번 금통위 의결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빠진 사실까지 함께 고려하면, 결국 한은과 금통위는 '앞으로 금리를 올릴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당분간 낮추지도 않을 테니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 자세히 담겼다.
그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또 현 상황에서는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해 물가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가격 전가 등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기대보다 더딜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올해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2%)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 폭이 은행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상당 수 경제·금융 전문가들도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 이후, 이르면 7월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안착, 내수 부진 등을 확인한 뒤에야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첫 인하를 점치며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도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고려해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연준의 6월 인하를 전제로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노코미스트 역시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7월로 봤다. 그는 "부동산 PF 문제로 올해 건설투자 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위험이 커져 내수 경기가 지속적으로 억눌릴 것"이라며 "이는 수출경기 회복 효과를 상쇄하면서 한은의 올해 성장 전망 경로(2.1% 성장률)에 하방 리스크가 점차 고조되고,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도 2분기 이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금리 인하 예상 폭은 0.5%p부터 1.0%p까지 다양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0.25%p씩 모두 네 차례, 1.0%p 낮아질 것으로 봤고,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7·8·11월 세 차례, 총 0.75% 인하를 전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재균 연구위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두 차례에 걸쳐 0.50%p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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