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유통시장에 영원한 1위가 없는 이유

정인지 기자 2024. 1. 12. 05: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정부가 일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을 막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두다보니 막상 유통사업으로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 별도 누적 영업이익률이 1.3%다.

2010년대에 이마트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자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코로나19(COVID-19) 이후 온라인 유통시장이 확대,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파르게 하락한 탓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우보세]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돈을 벌면 이자로 나간다."

한 유통업체 임원의 한탄이다. 유통업계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무한 경쟁시대로 나가자 유통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대폭 급락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기조가 맞물리자 벌어들이는 돈 대비 빚을 갚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돈이 많아진 것이다.

또다른 유통업체 임원은 "순수하게 유통 본업만으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한다. 정부가 일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을 막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두다보니 막상 유통사업으로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 별도 누적 영업이익률이 1.3%다. 2022년 1.7% 보다 0.4%P가 떨어졌다. 이마트의 별도 매출액이 코스피 상장사 상위 18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2010년대에 이마트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자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코로나19(COVID-19) 이후 온라인 유통시장이 확대,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파르게 하락한 탓이다.

시장 경쟁에 맞서 사업을 확대하다보니 갚아야 할 돈도 많다. 이마트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조3000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30.3%에 달한다. 지난해 이마트의 공모 회사채 기준 2~3년물 발행금리는 4.2%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을 훨씬 웃돈다.

온라인 1위인 쿠팡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쿠팡은 '전국 80%가 쿠세권(쿠팡의 익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했지만 지난해에야 비로소 첫 연간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매출 성장률이 10% 중반대로 아직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쿠팡이 언제까지 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카테고리가 이미 온라인화돼 전체 온라인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말 글로벌 명품 의류·잡화업체 '파페치'를 깜짝 인수하며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계속 탐색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렇게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이미 못 박혀 있는 규제는 느리게 풀리고, 새로운 규제는 빠르게 다가온다. 여전히 유통업체를 '갑'으로 보고 고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대규모 유통업법(2012년 시행)'과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등이 대표적이다.

플랫폼법은 규제 대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출 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포함되지 않더라도 법 규제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가 시장 질서를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지만, 법이 빠르게 만들어지다 보면 미래 영향력을 충분히 고려하기가 어렵다. 유통업계에서 "강자가 나올 때마다 정부 규제하기 때문에 10년마다 업계 강자가 바뀐다"며 "1위는 힘들 뿐"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인지 산업2부 기자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