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고물가 지속에…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없을 듯

전슬기 기자 2024. 1.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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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년 5개월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마무리하고 '금리 인하' 저울질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로 곧장 이어지는 건 강하게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피에프 부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변수로 거론해 왔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사실상 선언한 한은은 앞으로 금리 동결을 더 지속해 시간을 벌면서, 물가·경기·부동산 피에프·연준 등의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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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섣부른 금리 인하는 물가를 다시 높일 수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2년 5개월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마무리하고 ‘금리 인하’ 저울질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로 여전히 높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초부터 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대해 한은은 “아직 (중앙은행이 나서) 대응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파악했다. 최소한 올 상반기가 지나야 한은이 동결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연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기준금리(연 3.50%)를 8차례 연속 동결하고,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마무리됐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로 곧장 이어지는 건 강하게 경계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은 현시점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향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내놨다.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건 물가 때문이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한은)는 상반기 3.0%, 하반기 2.3%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쯤에야 물가상승률이 억제 목표치(2.0%)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덜 오르면 목표치 도달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긴장을 늦추긴 어렵다. 게다가 국내 물가는 누적된 원가 상승 압력이 뒤늦게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서 둔화 속도가 더딘 상태다. 물가가 안정권에 들어설 때까지 기준금리를 현재의 통화긴축 수준으로 묶어둬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대해서도 한은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피에프 부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변수로 거론해 왔다. 하지만 이 총재는 “현재는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그런 불안으로 인해 시장 안정에 충격이 왔을 때만 정책 대응을 한다. 시장이 흔들리는 정도에 따라 저희가 대포를 쏠 수도, 소총으로도 막을 수 있는데 지금은 소총도 쏠 정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에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리스크로 변할 가능성도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 부양용으로 쓰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 효과가 있겠으나 섣부른 금리 인하로 부동산 가격을 다시 상승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 인하에 언제 나설 것인지도 한은이 확인해야 할 변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만, 연준 내부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사실상 선언한 한은은 앞으로 금리 동결을 더 지속해 시간을 벌면서, 물가·경기·부동산 피에프·연준 등의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이날 7월 말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특별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동결(고금리 장기화)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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