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1960년대 쓰인 ‘101세기 SF’ 듄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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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첫 출간된 미국 에스에프(SF) '듄'에 대한 책 속 문구부터 보자.
101세기 온화한 해양세계에서 사막 행성(듄)으로 이주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듄'은 출간 이듬해 네뷸러상 첫 회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최근까지 영화, 게임, TV 시리즈, 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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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l 황금가지 l 3만2000원
1965년 첫 출간된 미국 에스에프(SF) ‘듄’에 대한 책 속 문구부터 보자. #역사상가장많이읽힌SF, #가장영향력있는소설….
진위를 떠나, 역대 전설의 에스에프 가운데 ‘듄’이 빠질 순 없다. 춘향이 없이 춘향전을 얘기하는 일만큼이다. 101세기 온화한 해양세계에서 사막 행성(듄)으로 이주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듄’은 출간 이듬해 네뷸러상 첫 회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최근까지 영화, 게임, TV 시리즈, 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되었다.
‘듄의 세계’는 작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와 그의 듄 시리즈(여섯 작품)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해보려는 책이다. 듄의 작품 세계에 미친 영향부터 듄의 작품이 세계에 미친 영향까지 160여컷 사진과 함께 확인 가능하다.
해군, 기자라는 전력의 허버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공상적 미래주의 작가 중 한 명이다. 어슐러 크로버(K) 르 귄, ‘스타 트렉’의 진 로든버리 등 당시 대표 작가의 특징을 저자는 독학과 자신감으로 꼽는다. 이슬람 신화, 천문학, 선불교, 아메리카 원주민 의식 등을 200권의 논픽션 작품과 6년간의 자료 연구로 섭렵하고 1년반 집필을 통해 완성된 ‘듄’ 또한 그만큼 해석과 독후감의 지평을 넓힌다. 1960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지 야간 사진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낮엔 제 글을 썼는데 당시 허버트는 “슬금슬금 우리 도서부로 와서는 ‘건조 기후 생태학과 관련된 게 있다면 뭐든 달라’고 말하곤 했다” 한다. 러시아에 맞선 19세기 이슬람 영웅 이맘 샤밀의 생애를 추적한 레슬리 블랜치의 책(‘낙원의 사브르’ 등)은 민족주의적 항전을 연상시키는 듄 속 부족 프레멘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은이는 평가하는데, 블랜치는 바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와 결혼해 전 세계를 여행했던 여성이다. 소설 속 인공지능 제작 금지법안 이름의 유래(러다이트 운동을 펼친 영국 작가 새뮤얼 버틀러), 귀족 가문 아트레이데스가 빚진 로마신화 등 마니아들의 흥미를 돋울 내용이 많다.
듄 시리즈가 즉각 대중을 장악한 건 아니다. 1965년 첫 단행본은 연재를 거치고도 “열두 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거절당하고 나서야 겨우” 출간되었고, 1976년 ‘듄의 아이들’에 이르러서야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얻는다. 당초 듄을 “어딘가에 있을 메마른 땅의 생태학자들”에게 헌정했듯 이제 그의 작품은 생태환경학, 종교철학 등에 하나의 고유한 연구 텍스트가 되어 있다. (참고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첫 권도 열두 곳의 출판사가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듄은 1971년 영화 판권이 처음 팔려 1974년 제작 시도되지만 실패한다. 대신 1977년 영화 ‘스타워즈’가 개봉되자 허버트는 듄과 흡사한 열여섯 가지 특징(사막 배경, 신비의 힘 등)을 뽑아 ‘조지 루카스를 고소하기에는 너무 거물인 작가 모임’을 규합하기도 한다. 반세기만 읽히기엔 너무 거대한 소설의 작가답다.
“절대 예지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오늘만을 원하고 내일은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듄 창세기’). 이런 의미의 발견이야말로 에스에프의 매력 아닐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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