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일하다 다친다, 표준이 아니란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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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부상, 질병, 죽음 앞에 자주 절망해 온 우리는 '업무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몸에 노동 환경을 맞춰야 한다'는 원칙의 당위와 소중함을 이미 안다.
모든 노동자가 일하는 기간 내내 '건장한, 비장애, 남성'일 수 없다는 것도, 그러므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아닌 가장 취약한 몸으로부터 일터의 안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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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아픈 여자들
왜 여성의 산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가?
이나래·조건희·류한소·송윤정·이영희·정지윤 지음 l 빨간소금 l 1만9000원
일터의 부상, 질병, 죽음 앞에 자주 절망해 온 우리는 ‘업무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몸에 노동 환경을 맞춰야 한다’는 원칙의 당위와 소중함을 이미 안다. 모든 노동자가 일하는 기간 내내 ‘건장한, 비장애, 남성’일 수 없다는 것도, 그러므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아닌 가장 취약한 몸으로부터 일터의 안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에 가깝다. 다만 자주 잊는다. 자신의 고통조차 이것을 ‘산업 재해’로 부를 수 있을까 주저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속 활동가·연구자 7명은 ‘일하다 아픈 여자들’에서 여성노동자, 장애인, 성 소수자 19명의 몸과 일, 그로 인한 고통을 전한다. 산재 통계를 분석해 여성이 공식적인 산재 피해자 목록에서 더 자주 누락되는 배경을 분석한다. 여성에 주목한 이유는 “다친 몸, 자본주의에서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몸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따라서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대안은 표준이 아닌 모든 몸을 위한 제언이 된다.”
책의 큰 미덕은 ‘표준 아닌 몸’으로 일하다 아팠던 모두가 공감할 법한 여성 노동자의 구술에 있다. 가정관리사 정숙씨는 쭈그린 자세로 일하다 생긴 허리 통증을 약으로 버티면서도 “그런 거로는 산재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조선업 노동자 재옥씨는 조명등이 설치 안 된 도크에서 일하다 머리를 다친 뒤 ‘(작업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나’를 먼저 탓했다. 낙담과 자책은 일과 몸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낙인은 그릇된 인식과 불비한 제도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당위와 상식에 반해, 지금 우리 고통을 숨기게 하는 비틀린 사회로 생각이 꼬리무는 건 자연스럽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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