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시대, ‘성공하는 서점’을 보여주겠다 [책&생각]

한겨레 2024. 1. 1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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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경주를 너무 좋아합니다.

어릴 땐 동네에 책방 하나씩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서점을 찾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친구들도 편하게 들어와서 사진만 찍고 가도 좋을 서점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하고 있는 터라, 제가 좋아하는 책만 가져다 놓으면 서점에 놀러 온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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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어서어서 외부 모습.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경주를 너무 좋아합니다. 매일 아침 일찍 대릉원이나 노서리 고분군 일대를 거닐어요. 경주는 도심 한가운데에 커다란 무덤이 많이 있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재밌는 도시예요. 좋아하는 경주에서 좋아하는 책을 판매하며 살아가는 일은 매우 보람 있어요.

‘어서어서’(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는 제가 읽고 좋아하는 책을 큐레이션해서 판매하는 서점입니다. 저의 서재에 손님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와 소설을 주로 읽어서 문학전문서점을 지향했지만, 독서모임과 주변 분들의 영향으로 인문학·철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독서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취급하는 책의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이름대로, 서점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모든 서점이 그렇듯, 어서어서 또한 저의 취향으로 가득 찬 유일한 서점입니다. 어릴 땐 동네에 책방 하나씩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서점을 찾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친구들도 편하게 들어와서 사진만 찍고 가도 좋을 서점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 누군가는 책과 인연이 닿아서 처음으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보는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어서어서 외부 모습.
어서어서 내부 모습.
어서어서 내부 책장 모습.

처음엔 제가 가지고 있던 책들을 파는, 일종의 중고 서점이었습니다. 가진 책이 모두 소진된 뒤엔 제가 읽고 좋아하는 책들로 서가를 구성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하고 있는 터라, 제가 좋아하는 책만 가져다 놓으면 서점에 놀러 온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 없더군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과 손님들이 원하는 책의 비율을 비슷하게 하자’ 타협을 보았습니다.

온라인서점을 경쟁 대상으로 삼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만 생각했죠.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나오다 약 봉투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저는 책은 크라프트지 봉투에 넣어야 제맛이라 생각하는데, 밋밋한 무지 봉투보다는 ‘읽는 약’이라는 글자가 적힌 봉투에 담아드리면 재밌겠다 싶어 그리 하고 있습니다.

어서어서는 책을 읽거나 모임을 하기에 조금 아쉬움이 많은 공간이라, 지난해 6월 북카페인 2호점 ‘이어서’를 열었습니다. 지역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동네서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역민들을 위한 독서모임, 글쓰기 수업,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책 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서어서 내부 모습.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본인만의 공간에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가득 채우는 것 아닐까요. 기회가 오면 도전해보세요. 서점 차리는 데 초기비용은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들지 않습니다. 다만, 제대로 준비하고 기획해서 열심히 하셔야 할 겁니다. 창업하긴 쉽지만, 생겨나는 수만큼 사라지는 업종이거든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서점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매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을 타면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휴대폰이 아닌 책을 보고 있는 순간을 꿈꿔 봅니다. 일본에서 열차를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는데, 그 모습이 너무 부럽더라구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경주/글·사진 양상규 어서어서 책방지기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1083 (황남동)
instagram.com/eoseoeo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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