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라는 단어의 역사, 그다지 길지 않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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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으로 번역되는 'industry'를 새뮤얼 존슨의 '영어사전'(1755~56)에서는 "근면, 민첩함, 습관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열심히 일함"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단어의 형용사형인 'industrious'는 지금도 "부지런한, 근면한, 노력하는" 같은 뜻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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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l 교유서가 l 2만1000원
‘산업’으로 번역되는 ‘industry’를 새뮤얼 존슨의 ‘영어사전’(1755~56)에서는 “근면, 민첩함, 습관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열심히 일함”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단어의 형용사형인 ‘industrious’는 지금도 “부지런한, 근면한, 노력하는” 같은 뜻을 지닌다. 그런데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은 ‘industry’의 뜻을 개인의 성향이나 행위가 아니라 비개인적 조직·제도·체제로서의 ‘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수공업적인 개인의 부지런함으로는 기계화된 생산과정의 성과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업혁명은 언어의 ‘혁명’이기도 했다.
윤혜준 연세대 영문과 교수가 쓴 ‘근대 용어의 탄생’은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근대 유럽에서 발원한 용어들의 어원과 변천사를 다룬 책이다. 아메리카(America)에서부터 계몽(enlightenment), 진보(progress)를 거쳐 유토피아(utopia)까지 24개 용어를 알파벳 순으로 설명한다. ‘대통령’으로 옮기는 ‘president’는 어원상 지금 보는 것과 같은 제왕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이 말의 동사형 ‘preside’가 “회의를 주재하다, 사회를 보다”라는 뜻을 지니는 데에서 보듯 ‘president’는 원래 선출된 대표로서 회의체의 수장 역할을 맡는 ‘의장’에 가까웠다. ‘의장’에서 ‘대통령’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으로 유지되는 삼권분립의 취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언어는 변하게 마련이고 제도 역시 고정된 것이 결코 아니지만, 언어와 제도의 원형을 확인하는 일이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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