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세상…천국일까 지옥일까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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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을 얻어냈다.
이 회사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가장 최근에 밝힌 계획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한 '신경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한 뒤 이 실을 뇌 표면에 바느질하듯 박아넣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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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등으로 관심
상상의 세계 바짝 뒤쫓으며 발전 중
부작용·윤리적 문제 어떻게 대응할까
뉴럴 링크
21세기를 이끄는 거대한 연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임창환 지음 l 동아시아 l 1만7000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을 얻어냈다. 이 회사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가장 최근에 밝힌 계획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한 ‘신경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한 뒤 이 실을 뇌 표면에 바느질하듯 박아넣겠다는 것이다. 시각·청각·사지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 ‘링크’ 시스템으로 새로운 손과 발, 의사소통 수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내세운다. 그러나 머스크는 ‘곧 인간을 추월할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인간을 ‘강화’하겠다는 욕망, 이른바 ‘트랜스휴머니즘’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뉴럴링크’는 국내 처음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를 시작해 계속해오고 있는 뇌공학자 임창환(한양대 교수)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산업의 현장을 소개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책이다. 1970년대 전자공학자 자크 비달은 대뇌의 ‘시각위상’(눈에 보이는 장면의 각 지점들이 시각피질의 신경세포와 일대일로 대응)을 활용해 뇌파를 분석하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제안하며 처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뇌과학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루게릭병 환자가 두피에 전극을 부착한 채 스스로 의사 표현(네 또는 아니요)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면 소비자의 뇌를 유혹하는 ‘뉴로마케팅’, 기억을 지우고 지능을 높이는 ‘전자두뇌’ 등도 가능할까. 신경세포가 주고받는 신호를 직접 해독해내지 못하는 한 요원한 일이다. 다만 지은이가 보여주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발전은 과거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던 상상의 세계를 바짝 뒤쫓고 있다. 몸길이 1밀리미터인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세포 지도(커넥톰)를 로봇에 이식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들거나, 고양이의 측면슬상핵(망막 시신경이 보내는 전기신호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부위)에 전극을 꽂아 시각 영상을 복원한다거나, 인간의 뇌파를 읽어 드론이나 로봇 팔을 제어하도록 해주는 성과들이 이미 나왔다. 아예 머릿속에 전극을 심어 뇌의 신호를 잡아내는 ‘침습적’ 방식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세포 배양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뇌 오가노이드’는 비디오게임 ‘퐁’을 수행하는 등 인공 지능과 자연 지능을 연결하고 있고,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모방한 ‘뉴로모픽 칩’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를 모방해 만든 ‘해마 칩’ 등도 개발 중이다. 산업적 수요 탓에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머리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뇌 상태를 추정”해주는 수동적 기술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포함됐다.
지은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장애와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 이외의 용도로 활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뇌공학 발전이 야기할지 모르는 다양한 부작용과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기술 개발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역사를 볼 때, 오만한 인간이 과연 ‘트랜스휴먼’이 되겠다는 욕망을 억누르고 스스로 고삐를 죌 수 있을지 강한 회의를 떨치기 어렵다. 조여오고 있는 거대한 위협의 실체를 알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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