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과 김대중 [책&생각]

최원형 기자 2024. 1. 1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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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김대중(1924~2009)의 탄생 100년을 맞는 해입니다.

김대중은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란 동학의 가르침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지향점이며, 그 기치 아래 민중들이 떨치고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이야말로 우리가 서 있는 역사의 한 뿌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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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녹두꽃’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2024년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김대중(1924~2009)의 탄생 100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이 개봉한 것과 함께 그의 말들을 선별해 모은 책 ‘김대중의 말’(태학사)도 나왔습니다. 50여년 동안 그가 발신했던 말들을 따라가다 보니, ‘동학’(東學)에 대한 언급이 꽤 많았다는 데 새삼 눈길이 미치더군요. 김대중은 사후인 2011년 제1회 ‘동학농민혁명’ 대상 수상자로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김대중은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란 동학의 가르침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지향점이며, 그 기치 아래 민중들이 떨치고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이야말로 우리가 서 있는 역사의 한 뿌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했습니다. 1981년 고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그는 “최수운(최제우)의 탄생은 이 땅에 정신사의 이적(異跡)이며 한국인의 사상적 창조성의 한 표본”이라고, 또 “동학은 어디까지나 당시 농민을 위한 눌린 자의 종교였으며 반체제적이고 민족적이고 주체적이고 저항적인 종교”였다고 평가합니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는 1824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는 그의 탄생 200년이기도 합니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올해로 130년을 맞습니다.

사회의 토대를 이루면서도 권력을 쥔 ‘잘난’ 소수에게 지배당하던 절대 다수가 자기 손으로 직접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 것이야말로 지난 인간 역사의 가장 큰 흐름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이 흐름의 종착지 부근에 와 있을까요, 아니면 다시금 이어가야 할 지점에 서 있을까요. 100년 터울의 어떤 계보를 새기다 들었던 생각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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