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나는 누구에게 물들 것인가

관리자 2024. 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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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서 덕담을 건네고 새해라서 다짐을 한다.

몇번 내린 큰 눈이 새로 먹은 그 마음들을 수굿하게 다려주는 것만 같다.

그의 손이 따뜻한 것으로 내 손의 상태를 알게 되고, 그의 표정이 굳은 것을 거울삼아 내 표정을 깨닫게 된다면 그만큼 괜찮은 성장이 또 있을까.

식물에게 자주 인사하고 그리고 또 농부에게 깊이 경의를 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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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서 덕담을 건네고 새해라서 다짐을 한다. 그리고 그 모두를 허물어뜨리지 않기 위해 새해의 얼마 동안은 차분해지려 한다. 몇번 내린 큰 눈이 새로 먹은 그 마음들을 수굿하게 다려주는 것만 같다.

박진규 시인의 시를 읽고 있자니 올해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지나고 보면 한해를 물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람과의 스침이었다. 정도에 따라 옅거나 짙거나 혹은 지우고 싶기도 했던 그 물듦 앞에서 나는 붓이고 사람은 물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중이다. 한해라는 도화지를 앞에 펼쳐 두고 칠해야 할 물감이 많다면 그 또한 행복한 고민이리라.

그의 손이 따뜻한 것으로 내 손의 상태를 알게 되고, 그의 표정이 굳은 것을 거울삼아 내 표정을 깨닫게 된다면 그만큼 괜찮은 성장이 또 있을까.

나는 사람들과 계속 스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성장하려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늘 이맘때면 꺼내보는 내 생활계획표는 이렇다. 조금 더 내 위치를 부끄러워할 것이며 조금 더 타인을 알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귀를 기울일 것이다. 무리 짓지 않으며 무리를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식물에게 자주 인사하고 그리고 또 농부에게 깊이 경의를 표할 것이다.

존경하는 후배 시인이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축하한다고만 하기엔 모자란 것 같아 “두배로 축하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니 “두배로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두배로 작동시켜야 한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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