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꼴찌서 수퍼볼 MVP 꿈꾸는 ‘NFL 신데렐라’

박강현 기자 2024. 1. 12.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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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쿼터백 브록 퍼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브록 퍼디가 지난 1일 워싱턴 커맨더스전에서 패스를 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꼴찌로 호명되며 프로 무대에 간신히 입성한 퍼디는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쿼터백으로 올라섰다. /AFP 연합뉴스

그는 선수 생활 초기 ‘미스터 무관심(Mr.Irrelevant)’으로 불렸다. 그건 신인 선발 과정에서 전체 맨 마지막에 호명된 선수를 일컫는 조롱 섞인 별명. 2022년 전체 신인 중 262번째로 뽑힌 그가 그해 ‘미스터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모두가 아는 ‘미스터 관심(Mr.Relevant)’으로 불린다. 그리고 올해 수퍼볼 우승까지 넘본다. NFL(미 프로풋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브록 퍼디(25) 이야기다.

퍼디는 올 시즌 주전 쿼터백으로 포티나이너스를 NFL NFC(내셔널 풋볼 콘퍼런스) 서부 지구 1위(12승 5패)에 올렸다. 14일 막을 여는 플레이오프에서 NFC 전체 1번 시드. 수퍼볼 진출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퍼디는 정규 리그 NFL 전체에서 터치다운 패스 3위(31개), 패스 시도당 전진 야드 1위(9.6야드), 패스 효용 지표(passer rating) 1위(113.0) 등 리그 최정상 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싱 야드(4280야드)는 종전 구단 한 시즌 최다 기록(4278야드)을 깼다.

2년 전 신인으로 NFL 무대에 들어설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지위다. 퍼디는 대학(아이오와 주립대) 시절엔 꽤 인정받았다. 소속 대학 역대 쿼터백 관련 기록을 갈아치운 선수였다. 하지만 프로 문턱은 높았다. 전문가들은 “팔 힘도 별로고 그저 그런 선수(not a very good athlete)”라고 평가절하했다. 체구(184㎝·100㎏)도 ‘중원 사령관’인 쿼터백으로선 비교적 작은 편. 관심을 갖는 구단이 거의 없었다. 포티나이너스도 사실 별 기대를 안 했다. ‘미스터 무관심’으로 뽑힌 선수가 살아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프로 데뷔조차 못 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브록 퍼디(13번). /로이터 뉴스1

퍼디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 지난 시즌 첫해 팀 내 주전 쿼터백이 부상당하고 다음 차례로 투입했던 쿼터백마저 다치자 퍼디밖에 없었다. 급하게 투입됐지만 뜻밖의 대활약을 펼쳤다. 팀도 정규 리그 막판 5연승 가도를 달리며 NFC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승승장구하면서 NFC 결승(4강전에 해당)까지 나아갔다. 신인 쿼터백 최초 수퍼볼 진출이란 대업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상대(필라델피아 이글스) 태클에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퍼디는 자칫 선수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부를 수 있다는 그 부상을 극복하고 올 시즌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자신이 절대 ‘무관심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제 그는 NFL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쿼터백으로 통하는 톰 브래디(47·은퇴)에게 비견되고 있다. 브래디 역시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199순위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지명된 사실상 ‘준(準) 미스터 무관심’ 선수였다. 하지만 주전 쿼터백의 부상으로 나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며 이후 역대 최다인 수퍼볼 7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쓴 전설이 됐다. NBC스포츠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 퍼디를 브래디와 비교하는 건 어색하지 않다”고 전했다. 포티나이너스 대선배 쿼터백이자 수퍼볼(1995년) MVP 스티브 영(63)은 “퍼디는 극도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더없이 침착하다. 쿼터백으로서 대성할 자질을 지녔다. 이걸 다들 몰라봤다”고 평했다.

NFL 전설 톰 브래디. /로이터 뉴스1

퍼디는 이번 시즌 연봉이 93만달러. 리그 쿼터백 중 89위이며 1위 조 버로(28·신시내티 벵골스)의 5500만달러에 대자면 5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무관심’ 선수다 보니 계약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던 것. 그러나 이젠 수퍼볼 정상과 더불어 대박 재계약 신화를 꿈꾼다. 포티나이너스는 1번 시드라 NFC 플레이오프 8강에 올라 있다. 3경기만 이기면 수퍼볼 트로피를 품는다. 수퍼볼은 2월12일 열린다. 그는 “항상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었다. 정말 놀라운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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