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 국내 기대 속 "상당한 시간 소요"

비트코인 로고./사진=로이터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된 가운데 국내 운용업계에서도 비트코인 ETF 상장 기대감이 커진다. 다만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본격 논의와 제도 마련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국내 상장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SEC는 전날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케일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다. 기존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주식 등에 투자하던 방법 그대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승인이 ETF 시장 성장을 한 단계 확장시킨 계기로 평가한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비트코인이 ETF 편입 자산에 포함된 이번 일은 본질적으로는 ETF 시장의 성장성을 넓힌 계기로 본다"며 "국내 시장 승인시기까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제도적 부분이 확립되면 국내 운용사들의 관련 ETF 출시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운용업계의 기대와 달리 아직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국내 금융당국 및 정치권에선 뚜렷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ETF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운용사는 우선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출시하려는 상품을 설명해야 한다. 상장심사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운용사는 출시가 가능하다는 확약을 받은 뒤 정식으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ETF를 만들기 위한 기초자산은 거래소나 외국거래소 또는 금융위원회가 별도로 정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의 가격수준을 종합적으로 표시하는 지수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아직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에 대해 ETF를 만들 수 있는 기초자산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비트코인 ETF 상품이 거래소로부터 확약을 받을 수 있을 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서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으로 규정되지 않았고 법적 성격도 아직 불분명해 금융상품으로써 취급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이뤄지기 위해선 상당한 논의와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국내 상장은 어려운 만큼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에서 관련 상품을 상장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홍콩 주식시장에 '삼성 비트코인선물액티브 ETF'를 상장시켰다. 이 상품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투자해 비트코인 현물과 유사한 투자 성과를 얻도록 설계된 ETF다.

다만 운용업계는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국내 제도 변화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직은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ETF를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승인을 통해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면서 당국에서도 제도적 마련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