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한번에 510m 쏘아올렸다...삼성의 679m빌딩 기술

신수지 기자 2024. 1. 1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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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메르데카 118 완공
세계 1위 빌딩 이어 2위도 ‘메이드 바이 코리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10일(현지 시각) 개관한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메르데카 118’. 높이 679m, 지상 118층 규모로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으며, 오피스와 고급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삼성물산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에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 ‘메르데카 118′ 앞.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 부부 등 최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빌딩 개관식이 열렸다. 이 빌딩은 지상 118층에 꼭대기 첨탑을 포함한 높이가 679m.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828m)’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완공된 것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메르데카 118(왼쪽),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 전경./삼성물산 로이터연합뉴스

이 빌딩의 시공사는 국내 건설업체인 삼성물산. 앞서 세계 최고층 빌딩 1위인 ‘부르즈 할리파’도 삼성물산이 시공사였다. 롯데건설이 2016년 완공한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세계 6위)를 포함하면 세계 7대 초고층 빌딩 가운데 3개가 한국 건설사의 시공으로 탄생했다.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세계에서 150층 이상 건물을 지어 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정확한 공기 준수와 풍부한 경험으로 초고층 빌딩 시공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를 500m까지 한번에 쏘아 올려

초고층 빌딩은 건물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일반 건물보다 훨씬 강도가 센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메르데카 118′에는 주사위 한쪽 면(1㎠) 정도밖에 안 되는 좁은 면적으로 소형차 1대에 해당하는 950㎏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이를 압축 펌프로 510m 이상까지 단 한 번에 쏘아 올리는 ‘고압 압송 기술’이 적용됐다. 이 압력은 26MPa(메가파스칼), 소방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압력(1MPa)의 26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술력이 없으면, 압력 부족으로 콘크리트를 최상부까지 올리지 못하거나, 배관이 막혀 터져버린다”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초고층 빌딩은 건물을 ‘직각’으로 세우기도 쉽지 않다. 삼성물산은 부르즈 할리파 시공 때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해 건물의 수직 각도와 수평을 실시간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번 ‘메르데카 118′에도 GPS를 활용해 건물의 수직과 수평을 측정하며 건물을 올렸다.

◇설계·특수시공 등은 여전히 외국기업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 시공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우건설은 말레이시아 ‘텔레콤 타워’(310m)와 ‘IB타워’(274m)를 시공했다. 이때 시공 과정에서 건축물의 기울어짐 등을 미리 예측하는 BMC(시공 중 변위 제어)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초고층 빌딩 시공은 국내 건설사들이 1970년대부터 수십년간 쌓은 실적과 명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유명 건축물 시공에선 두각을 나타내지만, 설계나 특수 시공 등 다른 분야에선 여전히 해외 업체에 뒤지는 게 현실이다. 초고층 건축에는 기본 구조 설계부터 인공위성을 활용한 측량, 빌딩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제하는 진동 제어, 건물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을 막는 연쇄 붕괴 방지 등 특수한 기술이 많이 쓰인다. 진입 장벽이 높은 탓에 오랜 업력을 지닌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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