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 우리도 코인 사기 막을 제도 정비를

조선일보 2024. 1. 12. 03: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에서 가상화폐 시세판이 작동중이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의 상장과 거래를 공식 승인했다. / 장련성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 자산 비트코인의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승인해 뉴욕 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초고위험 자산으로 인식되던 가상 자산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제도권에 공식 진입한 것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주식시장이 아닌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만 매매할 수 있었다. 대다수 국가에서 가상 자산은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을 거의 받지 않고 관련 법·제도도 마련하지 않아 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국 당국 승인을 받은 제도권 상품이 되어 증시에서 거래되면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길이 열린다. 새 자금이 가상 자산 시장에 대량 유입될 수 있다.

다만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오랫동안 검증받고 기능성을 인정받은 가상 자산에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딱히 쓰임새도 없는 이른바 ‘잡코인’은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인이 발행하고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이 타격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작년 10월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국내 김치 코인의 시세는 지지부진했다.

그간 우리 가상 자산 시장은 세계 흐름과 동떨어져 움직여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 10대 가상 자산의 거래 비율이 84.9%인 반면, 우리나라는 59%로 낮다. 대신 잡코인 거래 비율이 41%에 달해 시세 조종의 표적이 되기 일쑤였다. 시장이 극도로 혼탁해 시세 조종 세력이 정체 불명 코인을 발행해 하루에 1000%씩 가격을 띄우는가 하면 투자자들은 한탕주의 기대감에 빚까지 내서 뛰어드는 ‘코인 광풍’이 벌어졌다. ‘김치 코인’ 열 중 아홉 가지에서 시세 조종으로 가격이 급등한 뒤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범죄도 끊이질 않아 지난해 3월 가상 자산 투자로 얽힌 범인들이 40대 여성을 청부 살인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연말에는 100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코인 사기범 박모씨가 중국 밀항을 시도하다 해상에서 체포되는 일까지 있었다. 가상 자산의 제도권 편입 흐름에 맞춰 우리도 제도를 더 정비하고 관련 입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제도권 밖에서 사기꾼과 투기꾼의 놀이터가 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