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잊고 1%p 뒤진 듯 행동”…美대선 D-300, 트럼프가 달라졌다

아이오와/이민석 특파원 2024. 1. 1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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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선지 아이오와… 이민석 특파원 르포
오는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을 300일 앞둔 10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폭스뉴스 TV의 대담 형식 토론회에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공화당은 15일 아이오와에서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Trump for Presiden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10일 오전 9시 미국 아이오와주(州) 어번데일에 차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본부에 들어서자 지지자 50여 명이 구호를 외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미 대선 첫 경선인 아이오와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를 5일 앞둔 이들 임무는 당원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이끄는 일. 이른 아침부터 당원들에게 연신 전화를 돌리면서 “정해진 장소에 꼭 늦지 말고 나와 달라”고 했다. 아이오와주 총책임자 마셜 모로는 “우리는 준비돼 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릴 때까지 수백 번, 수천 번 지지자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2024년 미국 대선(11월 5일)이 이날 3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10개월간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된다. 미국의 대표적 농업 주로, 이른바 ‘콘 벨트(corn belt)’의 중심지인 아이오와는 인구가 310만명으로 미국 전체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초반에 승리할 경우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대선 풍향계’로 불려왔다.

아이오와는 첫 대선에 도전했던 2016년 트럼프에게 ‘충격패’를 안긴 곳이다. 그는 당시 전국 지지도 1위로 기세를 올렸지만, 그해 2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에게 27.6% 대 24.3%로 졌다. ‘트럼프 거품론’이 나오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경쟁자들에 대한 언론 보도가 급증하는 등 대선 판도가 일시적으로 요동치기도 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아이오와 현지에선 “트럼프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탄탄한 조직력과 안정적인 유세 캠페인을 바탕으로 첫 선거에서 압도적 1등을 차지해 승기를 굳히려는 트럼프 캠프는 연일 당원들에게 위기감을 불어넣으며 ‘투표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공화당 경선을 앞둔 9~10일 아이오와 주도인 디모인과 어번데일, 분 등 도시 3곳을 돌면서 만난 공화당 지지자 15명은 모두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디모인 시내에서 만난 존 램(60)씨는 “트럼프든 누구든 아이오와 주민들이 조 바이든(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고전 원인으로는 ‘약한 조직력’과 ‘정보 부족’이 꼽혔다. 당시 언론들은 “10년 넘게 인기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온 트럼프가 선거도 ‘개인기’에만 의존했다”고 분석했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캠프는 이전보다 훨씬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내가 1위 한다는 여론조사는 잊고 1%포인트 뒤진 것처럼 행동하라”며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재판 출석 등 다른 일로 아이오와를 방문하지 못할 때엔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트럼프 충성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 등 이른바 ‘스타 정치인’들을 보내 지지자들과 만나게 했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리(surrogate) 유세 작전’까지 펼치면서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 첫 대선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토론회가 끝난 뒤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날 저녁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열린 폭스뉴스 TV의 대담 형식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나 당내 경쟁자들을 언급하는 순간에도 크게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함께 취재한 영국 기자는 “이전보다 확연히 차분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트럼프 캠프는 선거 현장을 훑으며 지지자들의 여론을 단속할 이른바 ‘코커스 캡틴(Captain·주장)’을 현재 1800명 넘게 모집했다. 이들은 당원들에게 코커스 절차를 설명하고 실제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날도 코커스 캡틴들은 선거 본부에 모여 지지자 관리 현황을 공유했다. 트럼프 측근인 벤 카슨 전 주도시개발부 장관이 이날 오전 선거 본부를 찾아 이들을 격려했다. 캠프 측은 이들에게 지지자들에게 나눠 줄 기념 티셔츠와 노트 등을 챙겨주면서 “마지막까지 뛰자”고 했다

어번데일 인근 지역을 담당하는 ‘코커스 캡틴’ 데이브 라기(66)씨는 “코커스에 참여해본 경험이 없는 지지자 15명 이상이 ‘투표장에 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직접 사인해준 ‘코커스 캡틴’ 모자를 들어 보이며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의 증표”라고 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지금 우리는 인원과 자금도 충분하고 당원들의 정보도 세세하게 갖고 있다”며 “과거의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했다.

10일 미 아이오와주 어번데일의 트럼프 캠프 앞에서 데이브 라기(66)씨가 주요 선거 운동원임을 뜻하는 ‘트럼프 코커스 캡틴’ 모자를 쓰고 서 있다. /이민석 특파원

트럼프로선 최근 두 번째 경선 지역인 뉴햄프셔주 등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이 예상외로 선방해 ‘1위 구도’에 균열을 내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소셜미디어에 헤일리의 출생 배경을 거론하면서 ‘후보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헤일리가 1972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출생할 당시 인도에서 이민 온 부모는 시민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헌법상 태어날 때부터 미 시민권자여야 하는 정·부통령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미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헤일리는 대통령 출마 자격이 있다.

2위 자리를 두고 헤일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간 ‘막판 경쟁’도 치열하다. 트럼프가 이미 확보한 지지층에 전화·이메일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고공전’을 벌이는 반면, 이들은 지지자들 집 문을 직접 두드리면서 설득하는 ‘지상전’에 올인하고 있다.

디모인 시내에서 만난 헤일리 캠프 관계자는 “헤일리 후보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아이오와 주민들도 알고 있다”고 했다. 방송 기자 출신인 디샌티스 아내 케이시는 이날 아이오와 서부 클라이브에서 직접 가정 방문 유세를 펼친 뒤 “(디샌티스 캠프가) 아이오와에서 총 100만 가정을 방문했다”고 했다. 전날 폭설이 내려 눈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곳이 많았지만 두 캠프 모두 ‘눈바람도 헤치고 지지자들을 만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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