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복 있는 사람

경기일보 2024. 1.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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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길 동두천 샘물교회 담임 목사·협성대 객원교수

2024년 갑진년 새해가 시작됐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한 해의 마지막과 첫날의 시작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 예배를 드린다. 송구영신을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옛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이전보다 더 낫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에는 언제나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마련이다.

새해가 되면 개인적인 종교의 유무를 떠나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일 것이다. 그런데 ‘받으세요’라는 말에는 분명 누군가 그것을 ‘준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즉, ‘복 받으세요’는 그 복을 ‘주는 이’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새해 첫날 아침에 담임목사로서 송구영신 예배 때 성도들이 적어 낸 새해의 소원을 담은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바라는 복을 주시는 이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에서 ‘복’에 대해 말하는 것 중 세 곳의 말씀을 좋아하고 자주 묵상한다.

시편 1편에서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복 있는 사람’이 살아갈 길.

마태복음 5장에서 마음이 가난하고, 애통하며, 온유하며, 의에 주리고 목마르며, 긍휼히 여기며, 마음이 깨끗하며, 화평하게 하며, 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이 복이 있다고 선언하신 예수님의 이른바 ‘팔복’의 말씀.

그리고 다윗 시대 찬양대장이었던 아삽이 시편 73편 28절에 고백한 “하나님께 가까이함이 내게 복이라...”의 구절이다.

그런데 앞 두 곳의 말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고 받기 원하는 복과는 거리가 있다. 아니 이렇게 세상을 살면 세상에서는 오히려 무시당하고 어리석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 말씀들은 주님을 믿는 이들이 일반적으로 희구하는 복이라 생각하는 것의 차원을 넘어 ‘복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나도 남들이 일반적으로 원하고 바라는 복을 구하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복입니다”라는 아삽의 고백은 참으로 힘과 위로가 된다.

새해 첫 글을 쓰며 잠시 손 모아 기도한다.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하길, 모두가 건강하길, 모든 전쟁과 아픔의 소식이 사라지길....

그리고 모두가 복 받은 사람을 넘어 ‘복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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