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신탕 불법은 ‘확정 선언’, 지원대책은 ‘논의 시작’
경기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불법이 된 보신탕 업계에 대한 지원책 설명이다. “유예시간이 지난 후부터 바로 단속에 나설 것이며, 육견업계 종사자들과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다”. 3년이 지나면 즉시 단속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지원책은 아직 결정 안 됐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단속은 결정됐고 지원은 결정 안 됐다는 얘기다. 이런 정책 집행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가 하루아침에 적법을 불법으로 바꾼 것인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금지법)이 지난 9일 통과됐다. 법의 목적을 재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제정까지의 과정도 새삼스러울 것 없다. 다수의 여론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렇대도 직격탄을 맞은 식당을 무시할 일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정당한 행위였던 보신탕 영업이다. 행위 자체에 새로운 불법적 요소가 개입된 바도 없다. 여론이 바뀌면서 국가가 ‘불법’으로 바꾼 것이다. 국가에 하소연할 수 있다.
경기일보가 안산시 초지동 안산시민시장을 살폈다. 1997년 개장한 이후 개고기 유통이 활발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급격히 줄었고 이제 두 곳 남았다. 그중 한 식당이 24년째 운영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한참 됐는데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된 9일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법 통과 하루만인 10일 매출이 70% 폭락했다. 화성시, 수원시, 안양시를 둘러본 결과도 같다. 법률이 통과된 자체가 업계에는 폐업 통보가 됐다.
보신탕을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이 유예 기간을 줬는데 3년이다. 이 기간 폐업하고 새로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 식당 하나가 맛집으로 자리하는 데 수년 또는 수십년 걸린다. 몇 대에 걸쳐 만들어진 명성도 있다. 거기에 투입된 유무형의 경제적 투자는 엄청나다. 이런 걸 감안한다고 발표한 게 다양한 지원책 약속이다. 그런데 내용이 없다. 농축산부 관계자 말처럼 ‘이제 논의해 보겠다’다.
혹시 지원책이 금융 혜택을 말하나. 낮은 이자로 창업 지원을 하겠다는 것일 게다. 업계에서는 들은 척도 않는다. 멀쩡한 식당 문 닫게 하고 빚 얻어 쓰라는 게 무슨 대책이냐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얼마나 싼 이자에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세부적 지원책은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가가 책임질 보신탕집 지원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개 식용 논란이 아니다. 특정 직업군의 생존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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