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윤곽… 외국 기업 규제 못하고, 국내 유니콘 뒷발만 잡을수도

안상현 기자 2024. 1.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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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마켓컬리·무신사 등 상당수가 규제 가시권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 규제 법안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핵심은 구체적인 연매출액과 시장 점유율, 이용자 규모 등을 기준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정해 사전 규제한다는 것이다.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규제 대상 범위가 결정되는 만큼 플랫폼 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이 사전 규제의 정량적 기준으로 연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0.075% 이상이면서 이용자 수 750만명 이상 또는 연매출이 GDP의 0.025% 이상이면서 시장 점유율 75%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면 사전 규제가 가능하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정부 부처에 전달하고 검토를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보내온 의견들을 토대로 법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규

◇유니콘도 규제 가시권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선 이번 플랫폼법을 두고 성장 제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검토 중인 기준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2022년 실질 GDP 기준 연매출 1조4700억원(이용자 수 750만명 이상)이거나 4920억원(시장점유율 75% 이상)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공정위가 감안하는 연매출은 전체 거래액이 아닌 회계상 매출(수수료) 기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정도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니콘은 포함되지 않게 규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유니콘이 중개 플랫폼 기반 수수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앞으로 향후 몇 년 내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핀테크 기업이 대표적이다. 토스는 2022년 기준 연매출 1조1888억원으로 상당 부분이 수수료 매출이다. 같은 해 1조2492억원의 매출을 낸 두나무(업비트) 역시 수수료 비중이 99%에 달한다. 수수료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규제 취지상 연매출과 이용자 규모와 매출이 큰 플랫폼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적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의 무신사(매출 7083억원)와 야놀자(매출 6045억원) 같은 유니콘도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사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화할 경우 플랫폼 유니콘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기부는 공정위에 “시장별 여러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의견을 전했다.

◇해외 플랫폼 제대로 규제 가능할까

공정위의 기준으로 해외 플랫폼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코리아나 구글코리아 같은 미국 빅테크의 한국 사업부는 회계 장부에 수수료 매출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다. 유튜브 국내 이용자는 4000만명이 넘지만, 구글코리아는 지난 2022년 매출을 3449억원으로 기재했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추정한 구글의 한국 매출은 10조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매출 신고제를 운영하고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기업은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경쟁법 전문가인 이황 고려대 교수는 “매출액 기준부터 서버 위치를 어디로 할 것이냐 같은 논란이 있는 만큼, 회계 기준 문제는 조사 능력이나 의지와는 다른 문제”라며 “이런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아 법적 분쟁이 빈번하다”고 했다. 공정위가 다각도로 검토해 정밀한 법안을 만들지 않으면, 자칫 국내 유니콘만 타격을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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