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표정·목소리만 보고도 치매 진단...병원 밖으로 나온 헬스케어

라스베이거스/유지한 기자 2024. 1. 12.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술 쏟아져
10일(현지 시각)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다쏘시스템 부스에서 관람객이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한 가상의 뇌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질병 정복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라스베이거스=유지한 기자

10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North hall). 프랑스 다쏘시스템 부스의 커다란 디지털 벽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벽에 눈, 뇌, 심장 같은 장기들이 뜨자 사람들이 팔을 흔들었다. 손을 들어 가상의 장기를 회전하고, 크기도 줄였다 늘리는 체험이었다. 다쏘시스템은 CES에서 이용자와 똑같은 ‘가상 인간(디지털 트윈)’을 만든 기술을 내놓았다. 센서로 이용자들의 심박수 등 건강 정보를 모아 맞춤형 가상의 인간을 만들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어떤 음식과 약을 먹어야 하는지 예측해 제안해준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900만명이 참여한 임상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했다”고 말했다.

올해 CES에서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질병을 정복하고, 예방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했다. LVCC 노스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관은 AI·로보틱스, IoT(사물 인터넷)를 넘어 가장 큰 규모로 꾸려졌다. 각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을 접목해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실험실과 병원 울타리에만 갇혀 있던 기술들이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삶을 챙겨줄 미래가 펼쳐진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디지털 트윈·AI 등 첨단 기술 융합

CES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미국 애보트 최고경영자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별도 부문이 만들어져 혁신상이 수여되고 있다. 올해 노스홀과 스타트업 전용관 유레카 파크에는 100여 곳의 디지털 헬스 업체가 참석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기술에 기대하는 건 건강한 삶이라는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 8092억달러(약 106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AI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급성장에 촉매가 됐다. 영국 블루스카이 AI는 안면 인식 기술과 음성 분석으로 사용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한다. 얼굴 근육이나 음성의 변화를 포착해 알츠하이머·파킨슨 등의 질병을 AI로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이다. 국내 스타트업 온택트헬스는 검사와 분석에 한 시간이 넘게 걸리던 초음파 영상을 클릭 한 번만으로 정확도 100%에 가깝게 분석해주는 AI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온택트헬스 장혁재(세브란스 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표는 “AI는 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주변과 연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됐다”고 했다.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시대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는 ‘초개인화’로 모아졌다. 예전에는 환자의 증상이 같으면 모두 같은 치료를 받았는데, 개인마다 건강 상태가 달라 치료 효과가 제각각 다른 한계가 있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와 치료가 가능해진다. 국내 스타트업 누비랩은 차려진 음식을 식사 전후에 찍으면 사람마다 어떤 영양소를 섭취했는지 알려주는 AI 기반 기술을 전시했다. 카메라로 식판을 찍으면 음식의 종류와 부피를 감지해 영양소 섭취량을 분석해준다.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환자나 식단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기술이다.

미국 비부는 소변을 묻힌 키트를 앱으로 찍으면 단 90초에 영양소 분석이 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채혈 없이도 비타민 등 영양소 9종을 빠르게 알 수 있다. 휴메트릭스는 언어가 다른 해외에서도 병원이나 약국 이용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QR코드에 담긴 개인의 건강 정보를 의사나 약사에게 보여주면 병력을 그 나라 언어로 표시해준다. 이 밖에 뇌에 전기 자극을 줘 수면 장애를 개선하거나 말이 어눌해진 고령자의 대화를 정상적으로 바꿔주는 AI 기술도 등장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각 업체가 가진 혁신 기술이 스마트워치 같은 플랫폼과 만나게 되면 우리 일상으로 급속도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