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이승만 美국빈 방문… 뉴욕 카퍼레이드 영상 70년 만에 첫 공개
1954년 8월 2일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던 이승만(1875~1965)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영웅 행진’ 카퍼레이드를 하는 동영상이 70년 만에 발굴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전문가인 김덕영 감독은 지난해 6월 미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45초 분량의 이 미공개 자료를 찾아냈다고 11일 밝혔다. 당시 카퍼레이드 장면은 사진 일부가 남아 있지만,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 영상은 12일 시사회를 거쳐 내달 1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영상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꽂힌 오픈카에 탑승한 이승만 대통령이 연도에 모인 환영 군중 사이로 지나가고, 이 대통령이 모자를 벗어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하는 생생한 장면을 담았다. 밝은 표정의 뉴욕 시민들이 길가와 고층 빌딩에서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색종이를 뿌리는 모습도 담겼다.
이 카퍼레이드는 뉴욕시의 공식 행사인 ‘영웅 행진’으로, 더글러스 맥아더 등 역사에 영웅적인 공헌을 남긴 인사들에 대해서만 벌였던 행사다. 당시는 휴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이뤄진 다음 해였으며, 외국 원수로는 처음으로 이 행사의 주인공이 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서 ‘자유의 수호자’로서 환영을 받고 있었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는 본지에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한평생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분투하고 공산 전체주의와 대결한 자유의 전사(freedom fighter)였고, 6·25 전쟁 직후 미국은 바로 그런 이승만에게 뉴욕 중심가의 카퍼레이드 특전을 베풀었던 것”이라고 했다.
휴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다음 해인 1954년 7월 26일 미국을 방문한 이승만은 28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선 ‘불굴의 자유 전사’로 소개 받은 뒤 “죽음은 서울보다 워싱턴에 더 접근해 오고 있다”며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연설을 해 33차례 박수를 받았다.
이 카퍼레이드 영상을 담은 영화 ‘건국전쟁’은 제작 기간 3년 동안 약 2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100분 분량의 작품으로, 독립과 건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평생에 걸친 노력을 담았다.
특히 1953년 이 대통령이 휴전 협정 상황에서 반공포로 석방을 단행,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낸 것을 중요한 업적으로 강조했다. 한국은 이 조약으로 주한미군 주둔, 한국군 증강, 8억 달러 경제 원조 등 약소국으로서 강대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얻었고, 사상 유례 없는 장기간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자료와 취재, 인터뷰를 통해 오래도록 ‘독재자’ ‘분단 책임자’로 폄훼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을 독립과 건국에 몸 바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재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49년 지주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성공시킨 농지개혁은 산업화의 초석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승만의 독립운동과 교육 활동 ▲약자와 인권을 중시한 인권 정책 ▲평화선과 독도 수호 ▲원자력 발전의 기초 수립 등의 중요한 업적을 소개했다. 반면 한반도의 분단은 이미 1945년 8월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과 이후 스탈린의 지령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이승만의 정읍 발언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6·25 때 혼자 도망가고 망명을 계획한 ‘런승만’이었다는 비판에 대해선 “시민에게 서울에 남으라는 방송을 한 적이 없으며, 미국 측의 망명 권유를 거절하고 끝까지 대한민국을 지켰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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