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가볍게 만들어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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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의 기준이 가벼워지고 있다.
여행의 질적인 부분보다 인생샷, 예쁜 카페에만 초점을 맞춘 가벼운 여행을 선호한다.
인생샷은 어느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됐고 여행일정에 카페는 꼭 필수로 챙긴다.
정동진이 유명해지고 여행객이 끊임없이 찾아주자 주변에 숙박시설과 기념품숍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카페'가 아주 많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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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의 기준이 가벼워지고 있다. 여행의 질적인 부분보다 인생샷, 예쁜 카페에만 초점을 맞춘 가벼운 여행을 선호한다. 인생샷은 어느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됐고 여행일정에 카페는 꼭 필수로 챙긴다. 이는 여행이 변화한 것일까.
여행이 가벼워진 것의 시작을 따지자면 아무래도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가 아닐까 한다. '모래시계'의 방영으로 드라마에 나온 아름다운 바닷가 정동진이 최고의 인기 여행지로 우뚝 솟았다. 드라마 방영 후 많은 여행객이 찾았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새해 해돋이를 보러 찾는다. 그리고 동해안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정동진이라고 아는 것도 아주 놀라운 일이다.
이후 정동진의 상권변화에도 주목해봤다. 정동진이 유명해지고 여행객이 끊임없이 찾아주자 주변에 숙박시설과 기념품숍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카페'가 아주 많이 들어섰다. 어쩌면 식당보다 카페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비슷한 상권을 가진 곳을 떠올려보면 제주도의 월정리다. 월정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바닷가 주변으로 예쁘고 특색 있는 카페가 많아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꼭 한번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지금은 월정리의 땅값은 상상 이상으로 치솟았고 그 주변 지역에도 새로운 카페가 계속 생겨난다. 이 외에 강원 속초, 양양, 강릉 등의 여행지 주변에도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넘쳐나는 카페와 커피를 마시려고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즐겼느냐며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엔 커피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편히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좋은 경치가 보이는 곳에서 쉬고 싶은데 쉬려면 자리를 얻어야 하고 자리를 얻으려면 카페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이제는 편히 쉬면서 이야기할 장소가 없다는 것과 그리고 그런 소소한 여유를 누리려면 돈을 지불하고 자리를 잡아야 가능해진 시대라 안타깝기도 하다.
다시 여행 쪽 이야기를 해보면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다른 문화체험과 역사적인 현장을 찾는 답사여행 상품이 매우 인기가 있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대형 백화점의 문화센터들이 문화, 역사라는 테마여행 강좌를 열면 매번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여행업에 답사여행사도 여럿 있을 정도로 많은 여행객이 찾아 이용하기도 했다. 필자는 답사여행이 왜 갑자기 인기가 없어졌는지 고민했다. 답사여행을 해줄 강사가 없어서? 아니면 답사여행이라는 주제가 너무 무거워서? 지금 여행추세에 맞지 않아서?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
하지만 몇 년 전 설민석이라는 역사강사가 나오면서 대중은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음을 증명했고 그 후 TV 프로그램 및 유튜브 방송에서 방영돼도 매우 높은 시청률 및 조회수를 기록했다. 역사와 문화 등 무거운 것을 우리나라 국민이 싫어하는 줄 알았지만 가볍게 설명해주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주면 너무 큰 관심을 둔다. 즉, 여행 속에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무겁게 느껴지는 역사나 문화도 가볍게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속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정보를 가볍게 풀어갈 노력을 해서 없어질 것만 같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여행상품화하는 판을 다시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여행을 책임질 기관(지자체, 한국관광공사나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보여주기식 업무목표만 채우는 작업보다 제대로 대한민국을 알아갈 수 있는 여행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 보다 질 높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도 한국에 와서 진짜 한국을 보고 싶지 커피를 마시러 한국에 오는 것은 아님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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