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월 소비자물가 3.4% 반등… 금리 인하 미뤄질 듯

시장 예상치도 웃돌아… 4연속 동결 가능성

지난해 1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미드의 한 소매 체인점에서 소비자들이 식료품 쇼핑을 하고 있다. 로즈미드=AFP 연합뉴스

미국의 지난해 12월 물가 상승세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반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3.4% 상승했다. 전월(3.1%)보다 상승폭이 커진 데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3.2%)를 상회하는 수치다.

2022년 6월(전년 대비 9.1%) 정점에서 작년 6월 3%까지 둔화한 미국의 CPI 상승률은 8, 9월(각 3.7%) 다시 솟았다가 10월(3.2%), 11월 다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12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3.9% 올랐다. 전월(4.0%)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역시 시장 예상치(3.8%)보다 높았다.

특히 물가 변화를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주거비 상승률이 CPI를 밀어 올렸다. 노동통계국은 주거비가 전월 대비 0.5% 올라 상승세가 지속되며 12월 CPI 상승분의 절반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해 CPI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가격도 전월보다 0.4% 올라 CPI 상승에 기여했다.

연준은 30, 3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리를 묶으면 4연속이 된다. 앞서 발표된 고용지표도 예상보다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 연준이 3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도 약해질 전망이다.

연준 인사들 사이에는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랜들 크로즈너 전 연준 이사는 10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설에서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작지만 그렇다고 3월에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시장이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률이 현재보다 상당히 상승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한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보증하려면 물가가 충분히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