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태영건설…자구안 얼마나 이행할지 ‘관건’
금융채무 최대 4개월간 유예
인권비 등 채권 효력은 유지
추가 채무 발생 여부도 변수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 숙제
태영건설이 11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개시 조건을 충족하면서 지난해 12월28일부터 유예한 금융채무를 최대 4개월간 유예할 수 있게 됐다. 그 사이 에코비트 등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자구안 이행이 늦어지고 채무가 추가로 발견된다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건설 채권자를 대상으로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며,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주요 채권자가 전날 회의를 열고 태영그룹이 낸 추가 자구안이 만족스럽고, 지난달 28일 낸 자구안 이행도 성실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밝히면서 다른 채권자들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이르면 12일부터 태영건설의 자산부채 실사를 실시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4월11일 또는 5월11일에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하고 태영건설과 기업개선계획을 위한 약정을 체결한다.
이때까지 태영건설의 금융채무는 모두 유예되지만 인건비나 하도급비 등 상거래 채권의 효력은 유지된다. 기업개선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태영건설은 이를 성실히 상환해야 한다. 채권단은 실사 기간에 태영건설이 상거래 채권을 변제하고 일부 금융채권 이자 등에 사용해야 할 자금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부실이 확인되면 태영건설은 다시 유동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워크아웃 과정에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과거 사례도 있다. 태영그룹은 최악의 경우 윤석민 회장 등 사주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도 필요하다. 태영건설이 금융권 채무가 있는 PF 사업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0곳이고, 이 중 인허가 전 단계인 브리지론 사업장은 18곳이다. 브리지론 사업장 상당수는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PF 구조상 시행사는 인허가 등이 진행된 이후 착공 시점에 받는 대출금인 본PF로 브리지론을 상환하는데, 현재 분양가 하락 등으로 PF 시장이 침체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은 잘 살려서 사업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지만 PF 부실에 대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이미 시장에서는 건설사 등에 대한 대출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제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을 하려고 들지도 않겠지만, 태영건설 사태로 금융권에서 건설사에 만기 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해주지 않아 신규 사업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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