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학교의 위기와 능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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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학교는 아동과 청소년이 꼭 다녀야 하는 곳이었다.
문제는 그 능력의 실체요 그것을 기를 방법이다.
최근 읽고 쓰기 중심의 국어 능력, 즉 문해력이 새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걸 기를 학교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방법의 모색은 적다.
이제라도 학생이 얼굴 맞대고 소통하며 내면 능력을 기르는 데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 오래 학교는 사람 기르는 터전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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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역할 중 하나는, 학생이 기본능력을 기르고 원하는 삶을 찾도록 돕는 일이다. 매체 혁명으로 생활이 고립되며 간접화되고 있어, 그런 힘을 ‘사람끼리 직접’ 기르게끔 도움도 바람직해졌다. 지금이라도 학교가 지식 전수보다 이 ‘능력’ 신장 쪽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다행히 근래 교실에서 능력 혹은 역량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있다.
문제는 그 능력의 실체요 그것을 기를 방법이다. 국어 교과를 예로 들어본다. 국어는 삶 전체의 기본 도구이다. 능력은 지식과 다르기에, 이 도구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의외로 정밀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또 능력은 물건처럼 굳어 있기보다 구체적 상황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어 능력을 기르려면 이해력, 구성력, 상상력 등의 하위 역량을 정하고, 각각 기르기에 적합한 구체적 상황과 과제를 원리에 따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과의 갈등 상황이든, 합리적 설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든, 해결할 과제를 교사가 설계해 주는 방법이다.
능력 교육과 통하는 말이 이미 교육계에 유행한 적이 있다. ‘문제해결 학습’, ‘자기주도 학습’ 등이 그것이다. 최근 읽고 쓰기 중심의 국어 능력, 즉 문해력이 새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걸 기를 학교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방법의 모색은 적다. 전처럼 구호만 떠돌다 말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의 뿌리는 우리 속에 있다. 교사가 줄곧 무슨 지식을 공급하는 것만 교육이라고 믿는 학교 관리자와 학부모가 많다. 대화 및 토론 수업은 답 찾는 요령 외우기나 동영상 보기보다 ‘시간을 쓸 가치가 작다’고 여기는 관념도 완강하다. 이제라도 학생이 얼굴 맞대고 소통하며 내면 능력을 기르는 데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 오래 학교는 사람 기르는 터전이 될 터이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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