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2024. 1. 1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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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면서 환자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 게 분명한데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를 때가 있다.

환자에게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실제로 그것에 기여한 요소가 무엇인지 의사와 상담사들은 늘 궁금해했다.

환자에게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가 좋은 예후 인자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며 안타깝게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 또한 환자 안에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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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달라지는 것 심리치료로만 안 돼
새로운 경험 향한 마음 열려있어야 변해
상담을 받으면서 환자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 게 분명한데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를 때가 있다. 나는 종종 환자에게 “무엇 때문에 좋아진 것 같으세요?”라고 직접 물어보곤 한다. “선생님이 잘 치료해주셔서 그렇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기분이 잠시 좋기는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인 나도 이유를 콕 짚어 말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설명하지만 확실히 증명해낼 도리도 없다.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변하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엉켜 있고, 심리 문제는 단 하나의 치유 성분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환자에게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실제로 그것에 기여한 요소가 무엇인지 의사와 상담사들은 늘 궁금해했다. 이와 관련된 논문이 꽤 많이 발표되어 있다.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심리치료 그 자체가 효과적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환자를 달라지게 하는 데 기여한 정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위스콘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브루스 웜폴드 교수는 환자의 긍정적 변화에 치료법 그 자체가 미친 영향은 13%에 불과하다고 했다. 바꿔말하면 치유적 변화에는 치료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끌어내 줄 획기적인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나 잘 작동하는 그런 심리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훌륭한 치료자가, 훌륭한 기술을 동원해서 상담하면 분명 효과적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심리치료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더 필요한 법이다. 마음의 문제는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예상과 다른 곳에 도달했는데 오히려 그곳에서 해답을 찾을 때가 많다.

환자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어떤 치료 모형을 활용하든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치료자가 정신분석가냐, 인지행동치료자냐, 혹은 제3의 조류에 기반한 치료법을 활용하느냐, 또는 그 밖의 다른 접근법을 활용하는가와는 상관없이 실의에 빠진 이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희망 불어넣기’는 심리치료가 치유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사, 내담자-상담자가 맺는 동맹은 치료법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환자의 변화에 기여하는 정도도 치료기법보다 두 배나 더 컸다. 서로 잘 소통할 수 있고, 신뢰가 형성되어, 환자 내면에서 변화의 동기가 일어나게끔 하는 치유적 관계, 그 자체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일어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다. 여기엔 두 가지 모순된 의미가 담겨 있다. 환자에게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가 좋은 예후 인자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며 안타깝게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 또한 환자 안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환자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라고 나는 말한다. 진료실에서의 치유적 경험과 상담 동안 환자가 시나브로 터득한 통찰이 그의 일상으로 번져나갈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치유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서도, 치료기법을 상담에 적용하기 위해서도 환자의 마음이 새로운 경험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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