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0인 미만 기업, ‘중처법’ 준비할 시간·지원 절실

2024. 1. 1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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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외교관이자 토목 기술자 페르디낭 마리 레셉스는 이집트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1896년 수에즈운하 개통에 크게 기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법') 제정 당시 중소·영세기업의 열악한 실정을 감안해 50인 미만 기업 등에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키로 했다.

아울러 준비 기간에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컨설팅·기술지원과 함께 안전 전문인력 지원, 시설 개선 등에 필요한 재정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지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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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외교관이자 토목 기술자 페르디낭 마리 레셉스는 이집트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1896년 수에즈운하 개통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파나마운하 회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기후와 환경, 지형의 차이 등은 무시한 채 수에즈운하 때와 같은 공사방식을 고집한 결과 수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회사가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막에서의 건설 방식을 열대 밀림에 그대로 적용하고 끝까지 고집한 것이 패착이었다.

과업의 도모를 위해서는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규모와 여건을 파악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추진해야 할 일이다.
고광훈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대기업과 중소 영세기업은 엄연히 다르다.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두고 분야별 업무를 전담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기업 대표가 생산, 영업, 재무 및 안전관리 등 사실상 기업 경영 전반의 실무자이자 책임자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 발생으로 대표가 구속된다면 중소기업과 그 임직원에게는 사실상 폐업에 가까운 충격일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법’) 제정 당시 중소·영세기업의 열악한 실정을 감안해 50인 미만 기업 등에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키로 했다. 50인 이상 기업에 먼저 적용됐는데 대기업조차도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기 버겁다는 것이 솔직한 현장의 분위기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에도 법이 확대 적용된다. 현장의 중소·영세기업들은 지난 2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의 노력을 다했지만 코로나19 등을 비롯한 피할 수 없는 악재로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웠다면서 법 적용 유예기간의 연장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 9월7일 여당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적용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야당은 정부의 사과와 구체적인 지원 계획, 경제단체의 재연장 포기 약속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비로소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의 공식 사과가 있었고, 지난해 12월27일 관계부처가 함께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더해 경제 6단체는 법 적용 유예기간이 2년 더 연장된다면 더 이상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럼에도 법안은 논의조차 요원한 상황이며 현 상황을 바라보는 현장 중소기업인들의 속만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확대 적용 시점까지 앞으로 2주가량 남았다. 남은 기간 여야는 최대한 신속하게 협의해야 한다. 아울러 신속한 협의 속에서도 중소·영세기업의 부족한 여건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중대재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을 도출해내야 한다.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중소·영세기업에 ‘법 적용 시점이 왔으니 그대로 적용하자’는 것은 파나마운하 건설 실패 사례를 답습하는 것과 다름없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자체를 포기하지 않도록 국회는 법 적용 유예 연장을 위한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준비 기간에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컨설팅·기술지원과 함께 안전 전문인력 지원, 시설 개선 등에 필요한 재정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지속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고광훈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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