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살인 사건' 판사가 직접 맛봤다…"제발 무죄로" 아내 호소

류원혜 기자 2024. 1. 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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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에서 판사와 검사가 니코틴을 직접 음용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정현식·배윤경)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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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전자담배용 니코틴액 불법 유통·판매업자 8명을 검거,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뉴스1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에서 판사와 검사가 니코틴을 직접 음용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정현식·배윤경)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A씨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A씨 측은 그동안 "니코틴 용액의 냄새와 맛 때문에 피해자 몰래 음식에 타는 방법으로 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A씨 변호인이 제출한 니코틴 용액을 재판부와 함께 시음했다.

판사는 니코틴 용액을 손등에 떨어뜨려 맛본 뒤 "박하 향이 세게 나면서 아린 맛이 난다"고 말했다. 검사도 직접 향을 맡아보고, 물에 용액을 몇 방울 섞어 마셔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총 3회에 걸쳐 치사량(3.7mg)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물 등을 마시게 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던 B씨는 병원 진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이후 A씨는 27일 오전 1시 30분~2시 B씨에게 재차 찬물과 흰죽을 건넸고, 이를 받아마신 B씨는 오전 3시쯤 사망했다. 숨진 B씨의 몸에서는 2000mg 이상의 니코틴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이후 B씨 계좌에 접속해 300만원 대출받아 이득을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시된 간접 증거만으로는 유죄 확신에 의문점이 있으니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A씨와 변호인은 계속해서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뒤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단순히 A씨의 외도 문제로 피해자가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던 피해자가 아들 생일이 3일 남은 시점에 자살을 생각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자살을 결심한 피해자가 아들에게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을지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 변호인은 B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사망 7~8일 전 '자살 방법', '사망' 등을 검색한 것이 확인됐다며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제기했다.

A씨 변호인은 "니코틴 한 방울인 0.02mg만 음용해도 혀가 타고 아린 듯한 맛이 난다"며 "피해자가 마셨다고 추정되는 2000mg은 훨씬 더 강한 감각적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주장한 부분은 파기환송심 전에도 주장한 내용이고, 대법원은 이를 종합해 파기시켰다"며 "이 사건은 처음부터 수사기관에서 범인을 잘못 지목해 진행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제출된 증거 등을 통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제발 무죄로 살펴봐 달라"며 "진실을 밝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A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은 오는 2월 2일 오전 10시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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