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세계 표준 기술의 각축장 ITU-T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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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는 보안인증 기술기업, 조금 좁게는 핀테크 보안인증 기술기업인으로서 지난 해 8월 말부터 9월 초 2주간은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17년 만에 한국이 개최에 성공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SG17) 국제회의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예의 '총성 없는 기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회의장에는, 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둘러싼 국가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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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는 보안인증 기술기업, 조금 좁게는 핀테크 보안인증 기술기업인으로서 지난 해 8월 말부터 9월 초 2주간은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17년 만에 한국이 개최에 성공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SG17) 국제회의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ITU는 국제연합 산하 ICTs 전문기구로, ITU-T의 스터디그룹 17(SG17)은 정보보호연구를 담당한다.
기술 개발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기술의 세계표준화. 각국의 정책을 반영하고 정보보호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이 회의는 연중 2회 열리는데, 세계 각국의 보안(Security)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한 마디로 '기술 세계표준화 올림픽'이다. 이번에도 대면 또는 온라인 참가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미팅으로 진행됐는데 온·오프라인 참석자가 400여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기술의 세계표준화 올림픽에서 '메달'을 확보하기 위해 필자를 포함한 당사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 간 순천향대와 공동연구에 땀을 흘렸다. 그 결과 당사가 제출한 연구과제 '분산원장기술기반 원타임 암호키 기반 인증 프레임워크'가 세계 표준화를 위한 새로운 연구과제(NWI: New Work Item)로 통과되는 성과를 얻었다.
국제회의에서는 아직 '신입'인 필자에게 지난 여름 SG17 회의의 분위기는 지난 해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예의 '총성 없는 기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회의장에는, 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둘러싼 국가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기술이 전 세계의 동의를 얻어 표준기술이 된다는 것은 세계시장이 동시에 열리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국 기술의 표준화를 돕고자 하는 각국 대표단의 속내도 존재하지만, 솔직한 참관기를 물어본다면 국가간 정치적 갈등이 투영돼 지난 미팅보다 더 첨예한 대립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표준기술의 특정 국가 편중을 지양하는 UN 기구를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대의명분은 살아있는 곳이었다.
SG17만 봐도 매 미팅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연구과제가 제출된다. 새롭게 제출되는 아이템이나 논의가 활발한 주제들을 살펴보면, 회의의 핫 이슈는 물론 보안과 관련한 글로벌 트렌드를 감지하게 된다. 이번 미팅에서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제로트러스트, 인공지능 관련 보안, 메타버스 보안, 소프트웨어 공급망 보안, 금융보안 등이 있다. 자연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아이템에서도 대동소이한 동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2주간의 회의기간 중 우리 정부가 내놓은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증가된 사이버 보안 수요를 고려해 사이버보안 전용 펀드를 민관 통합 400억원 규모로 확대해 운용할 것이라 밝힌 것이다.
이번 ITU-T SG17 미팅 준비기간 동안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한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표준화 아이템을 제출하기까지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명장급 멘토링'의 뒷받침이 있었다. 글로벌 무대 경험이 충분치 않은 벤처기업에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 지원과 순천향대학교의 전문가 멘토링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대한민국 원천 기술의 세계 표준화는 지난한 길이지만, 그만큼의 미래 부가가치가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바로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집중하는 이유일 것이다.
전승주 에프엔에스벨류 최고경영자(CEO) jkme098@fnsval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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