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2심은 유죄…"국민 상대 독성시험"

[앵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의 전 대표들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의 무죄가 뒤집힌 건데, 재판부는 안전 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사실상 전국민을 상대로 독성 시험을 한 거라고 질타했습니다.

진기훈 기자입니다.

[기자]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지난해 기준 피해자는 5천600여명에 사망자는 1천200여명에 이릅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이 뒤집힌 겁니다.

2심 재판부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독성 시험을 벌인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선고 이후 피고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안용찬 / 전 애경산업 대표> "(피해자분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1심 재판부는 살균제 독성 물질이 폐 질환 등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들이 각종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위험성을 파악하고도 아무 조치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들은 유죄 판결에 사법 정의가 실현됐다면서도 형량에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조순미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검사 쪽에서 낸 구형보다는 못한 실형이 나왔지만, 그래도 가해 기업 전원에게 쟁점을 다투던 부분을 다 인정하는 재판부의 입장을 보여주어서 그 부분만큼은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일부 피해자 가족은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검찰에 상고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TV 진기훈입니다. (jinkh@yna.co.kr)

#가습기살균제 #유죄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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