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가방 속 몰래 녹취’…대법, ‘아동학대’ 증거 인정 못해
[앵커]
아동 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서 교사의 발언을 녹취했다면, 이 녹취는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화에 직접 참가한 사람이 녹취해야만 증거로 인정한다는 기존의 판례를 유지한건데, 이 경우레는 초등학생이 녹취해야만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8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한 3학년 자녀에게서 '선생님이 심한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학부모.
아동 학대를 의심해 아이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취했습니다.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보다"라는 교사 발언이 녹음됐고, 이를 수사 기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1심은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 역시 "학생에겐 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며 녹음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고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교사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일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고 학부모 역시 대화에 참여한 상대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걸 금지하기 때문에 재판 증거로도 쓸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화의 당사자, 즉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직접 녹음해야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은 녹음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느냐에 관한 것으로 교사의 유무죄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판단합니다.
[정은영/대법원 공보연구관 :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녹음 파일 등은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이 없고,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입니다."]
이번 판결은 몰래 수업 내용을 녹음해 증거로 제출했던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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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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