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실효성 못 느껴”…리모델링 단지 “역차별 불만”
재건축 주민, 사업 속도감 기대 속…조합선 “안전진단 미뤄진 것일 뿐”
리모델링은 되레 규제 강화 기조…재건축만 혜택 상대적 박탈감 호소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추진을 발표한 다음날인 11일, 시장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분위기였다. 재건축 단지들은 “안전점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닌, 단계를 미뤄주는 것일 뿐”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반면 리모델링 단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재건축 우대로 정책이 급변하면서 정부 기조를 믿고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만 역차별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11일 국토교통부가 준공 30년을 넘겼지만 안전진단은 통과하지 못한 단지를 추려 보니 서울에서는 노원·강남·강서·도봉구 순으로, 경기 지역은 안산·수원·광명·평택시 순으로 많았다. 이들 지역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제도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로 준공 36년이 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단지는 2019년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도전에 나선 상태다. 노원구에서는 상계주공7단지, 중계주공6·7단지, 하계청솔, 강남구에서는 수서삼익, 가람아파트 등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었다.
하계청솔 인근의 A공인중개사는 “대책이 발표되고 조합의 사업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몇통 왔다”고 했다. 반면 조합 관계자들은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진단 통과 시점을 미뤄준 것일 뿐 완전히 면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2억~3억원에 달하는 안전점검 비용은 어쨌든 모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인 점도 있다. 그동안 재건축 단지들이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배점이 50%로 가장 높은 ‘구조 안전성’ 항목 때문이었는데, 정부는 지난해 1월 구조 안전성 배점을 30%로 하향하며 문턱을 낮췄다. 실제로 이후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들도 대폭 늘었다.
반면 리모델링 단지들은 연이은 재건축 위주의 정부 대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대책은 주택 정책임에도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 등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가 ‘첫 관문’인 반면, 리모델링은 추진위를 구성하고 안전진단을 받는 절차로 이루어진다. 안전진단 기준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그동안은 수직증축이 아닌 수평증축 리모델링은 1차 안전진단만 받아도 사업 추진이 가능했는데, 지난해 11월부터는 가구 수가 증가하지 않는 ‘1층 필로티+1개 층 리모델링’도 수직증축으로 간주한다는 서울시 유권해석이 나왔다. 이에 용산한가람, 잠원한신로얄 등 리모델링 단지들은 사업을 대폭 변경해야 하는 처지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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