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나라’ 그리스도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 합법화 추진
‘보수적 지도자’ 이미지 벗기 위해 금기에 도전 평가
그리스 정교회 신자가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그리스가 동성 결혼과 입양 합법화를 추진한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사진)는 10일(현지시간) 국영방송 ERT와 인터뷰하면서 동성 간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우리가 입법화할 것은 결혼 평등”이라며 “이는 성적 지향에 따른 모든 차별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각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 우리 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성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동성 커플의 아동 입양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2015년부터 ‘시민 결합’ 제도를 통해 이성·동성을 포함한 모든 파트너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파트너’로서의 구속력을 가질 뿐, 자녀 친권·부부 동반 입양 등 기혼 부부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동성 커플 중 아이를 입양한 파트너만 친권을 인정받으면서, 그가 사망할 경우 남겨진 배우자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 등이 벌어졌다. 다만 미초타키스 총리는 대리모를 통해 부모가 되는 것은 앞으로도 불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보수적인 지도자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기’에 도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언론들은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 전에 관련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AFP통신은 그리스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그리스 정교회의 반대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 정교회는 2015년 12월 그리스 의회에서 동성 결합 법안이 통과될 때도 가족의 가치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중 35%는 동성 결혼 허용에 찬성하고 49%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 신민주주의당(ND)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스 언론에 따르면 ND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전체 158명 중 100명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국민과 소속 정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시리자 대표인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는 그리스 최초의 동성애자 정당 대표다.
현재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15개국이며, 동성 커플이 아동을 직접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나라도 16개국에 달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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