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더 큰 맥락으로 봐야” 이스라엘 잘못 따져 물은 남아공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했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소한 사건에 대해 심리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재판에 참여해 변론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남아공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ICJ 법정에서 열린 변론에서 로널드 라몰라 법무부 장관 등 9명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혐의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남아공 측은 “우리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행위가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5년간 지속돼 온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56년간 불법 점령, 가자지구에 대한 16년간 포위 공격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넬슨 만델라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손을 뻗는 것은 우리가 인류의 일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제노사이드 방지 협약에 참가한 정신이며,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를 향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잔학한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협약 위반에 대한 정당성이나 방어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무차별 학살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전체 인구의 1%에 달하는 2만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아공은 이스라엘과 가까운 국가 중 하나였으나, 최근 몇년간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ICJ는 12일 이스라엘의 변론을 청취할 예정이다. 유엔과 국제재판소를 불공정하다고 비판해 온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참여를 선택한 것은 이번 재판이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는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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