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배 부풀려 팔고 셀프처방하고…“폐업하고 빼돌려”
[앵커]
의료 목적으로 정부 승인을 받은 '의료용 마약류'는 생산부터 유통, 투약까지 국가가 통제합니다.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요?
174만 개, 최근 4년간 정부 감시망에서 사라진 '의료용 마약류' 규모입니다.
허점은 '폐업'입니다.
병·의원이 문을 닫을 때, 남은 마약류를 보고하지 않는 등 무려 920곳에서 관리에 구멍이 생긴 건데요.
그런데 이 중 일부 병원은 빼돌린 프로포폴을 비싸게 팔아 넘기거나 직접 투약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시의 한 성형외과.
감사원이 지적한 '마약류 신고 누락' 의료기관 920곳 가운데 하나로, 2019년에 개원했습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상가 한 층 대부분을 쓸 만큼 꽤 큰 규모였지만, 불과 1년 만에 폐원했습니다.
원장 송 모 씨는 2020년 1월부터 마약류인 프로포폴 5천9백만 원어치를 몰래 빼돌렸습니다.
원가보다 10배 비싸게 넘겨진 프로포폴은,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불법 투약됐습니다.
송 씨는 폐원 직전까지 10개월간 프로포폴을 빼돌리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하지만 폐원 당시 마약류 재고량은 전혀 보고하지 않아 남은 마약류의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폐업 과정에서 보고를 누락해 감시망을 벗어나는 일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폐업한 이 성형외과 역시 보고를 하지 않아 갖고 있던 프로포폴 앰플 등 1,900여 개는 어디 있는지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그때 당시 병원이 있었던 건 맞는 거죠? 성형외과가?) 맞아요 있었어요."]
KBS가 폐업 당시 보고를 누락한 의료기관 920곳을 분석한 결과, 71곳에서 의료인이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상습적으로 개원과 폐원을 반복하면서 보고를 누락한 경우도 4건 확인됐습니다.
[박호균/의료 전문 변호사/의사 출신 : "(의료기관이) 폐업을 했을 때 이거를 신고하고 폐기하고, 아니면 또 정당하게 유통할 수 있게끔 이 부분을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현행법상 의료기관 폐업 신고는 지자체 보건소, 마약류 재고 보고는 식약처에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식약처가 별도로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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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준 기자 (univers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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