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기준금리 연 3.5%…이창용 “6개월 이상은 인하 힘들 것”
국제유가 등 위험 완화에 ‘추가 인상 가능성 낮다’ 판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혀 금리 인상 사이클은 일단 종료됐음을 공식화했다.
금통위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와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가면서 생긴 공석을 제외하고 금통위원 5명이 전원일치로 내린 결정이었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해 1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통화정책방향 회의 8회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한 것은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아직은 물가 안정에 더 치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여전한 상황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해 “앞으로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누적된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감, 경기 둔화 등을 감안해 한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칠지 여부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동산 시장만 자극할 우려가 더 크다고 밝혔다.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가져가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기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 금통위원들은 현시점에서 금리 인하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사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한은이 정책 대응에 나설 정도로 시장 위험이 번진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며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 건설업의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그는 “개별 사례가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한은이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 사태 등 해외 위험이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통위 의결문에 포함됐던 ‘추가 인상 필요성 판단’이라는 문구도 사라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는 3분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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