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확정… PF발 연쇄위기 고비 넘겼다

김은정 기자 2024. 1. 1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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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상화 시동
석 달간 실사 거쳐
우발채무 규모가 관건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뉴스1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 개시가 확정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이 11일 제1차 채권자 협의회를 열고 투표한 결과, 채권액 기준 75% 이상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했다.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제2금융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금융 당국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채권단을 중심으로 태영건설 법정관리행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날 자정까지 계속될 예정이던 투표가 저녁 6시경에 끝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확산을 여기서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결과”라면서 “태영그룹 측이 지주사와 SBS 지분 등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등 자구 노력을 이행하기로 약속한 것도 채권단의 빠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법정관리까지 거론됐던 태영건설이 기업 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건설 업계와 금융 업권의 PF발 연쇄 위기 우려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상훈

이날 채권자 협의회 투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태영건설은 오후 늦게 채권단 동의가 워크아웃 개시 조건인 75%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윤세영 창업회장이 직접 나서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불발될 경우 그룹 전체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준비한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해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워크아웃행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석 달간 채권단이 채권 행사를 유예해주는 동안 태영건설은 구조 조정 방안과 재무 구조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당장 12일 워크아웃 개시와 함께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실사가 시작된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은 브리지론 사업장 18개, 본PF 사업장 42개 등 총 60곳에 달한다. 사업장별로 사업성과 사업 진행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릴 곳과 정리할 곳을 빠르게 결정지을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미착공 상태로 토지 매입비만 빌린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에 따라 태영은 감원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 조정도 뒤따를 전망이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기업 부채 실사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지난 10일 회의 후 “실사 과정에서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에코비트·블루원 등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기로 했지만, 매각이 지연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채권단 실사 과정에서 추가로 예상치 못한 채무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계속해서 사업 현장과 자금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워크아웃 개시로 유예되는 금융 채권과 달리 일반 공사비 등은 예정대로 지급해야 하는 만큼, 기본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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