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빨라"…삼성 최초 AI폰 공개 앞두고 도발 나선 中
"저번에 엄마가 전화로 알려준 나물 요리법 알려줘."
지난 8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 회사 최고제품책임자는 자사 신제품인 플래그십 단말기를 꾹 누르고 이 같이 말했다. 무대 스크린에 보이는 스마트폰 화면은 1초 만에 바뀌며 지난달 통화 중 언급된 요리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여줬다. 그는 즉석에서 의사인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 3분 동안 통화에서 건강검진 결과 상담부터 구정을 앞두고 고향 방문 계획 및 픽업 일정 등 각종 '신변잡기' 대화를 나눴다.
전화를 끊자 스마트폰 화면에는 '건강검진 피드백' '고향 방문 일정' '픽업 스케줄' 요약본이 나오고 이어서 '내일모레 집 도착. 아빠가 공항 3번 출입구에서 마중 나옴.' '설 연휴 계획 논의' 등 해야할 일 목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파인드 X7'의 주요 기능 중 일부다.
"삼성보다 빠르게"…아너·오포·비보 'AI 스마트폰' 출시
오는 18일 삼성전자가 최초의 AI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는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 AI 성능을 크게 높이고 가격까지 낮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 공세가 만만찮다.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AI 스마트폰의 입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을 앞두고 중국 제조사들이 앞다퉈 AI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화웨이로부터 분사한 아너(Honor)는 신제품인 '매직6 시리즈'를 이날 오후 공식 출시했다. 매직6에는 자체 개발한 70억개의 매개변수를 지원하는 AI 모델을 탑재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영상 주제를 말하면 AI가 스마트폰 내에 있는 모든 사진을 반영해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오포도 이달 12일부터 자사 AI 플래그십 스마트폰 '파인드 X7 시리즈'를 공식 출시한다. 70억개 매개변수를 보유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안데스GPT'를 적용한 최초의 오포 스마트폰으로 'AI 비서' 기능을 내세웠다. 자체 AI 비서 '샤오부'를 통해 기사 요약과 질의응답, 서비스 호출, 학습 및 교육 등 일상 생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가격은 최저 3999위안(약 73만원) 수준으로, 공개 직후 온라인 사전예약 물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
비보 역시 오는 13일 AI 기능을 넣은 신제품 '비보S18 프로'를 공식 판매한다. 비보 역시 자체 개발한 AI 모델 '란신(BlueLM)'을 통해 문서·논문 요약, 문구 작성, 이미지 검색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출고가 또한 3199위안(약 59만원)으로 저렴하다. 앞서 지난 4일 비보는 인도 시장에서 AI 란신을 적용한 'X100프로'를 인도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X100프로는 지난해 11월 자국에서 출시한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갤럭시S24와 맞붙을 전망이다.
3년 뒤 AI 스마트폰 전성시대…삼성 주도권 뺏길까
연초부터 AI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며 한동안 침체됐던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AI 폰이 보편화하지 않았지만, 기기 자체에서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AI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7년이면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5억대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4700만대에서 2027년 5억2200만대로 10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당장 AI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2024~2025년 삼성전자의 AI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애플이 AI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중국 제조업체들이 가성비 AI 폰을 쏟아내면서 시장 주도권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 역시 올해 하반기에 자체 AI 모델을 넣은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또한 생성형 AI '제미나이 나노' 모델을 자사 스마트폰 '픽셀폰8'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해외 AI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현지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AI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며 "가성비 전략으로 성장한 뒤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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