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후손-광복회 "국가 정체성 훼손" 성토에 박은식 사과

조현호 기자 2024. 1. 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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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비하발언에 성명 발표 "독립운동가 후손에 사과하라"
"이승만 건국대통령? 헌법정신 훼손…김구 매도? 비뚫어진 역사의식"
박은식 "정치적 생각없이 끄적였던 글...광복회에도 죄송하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과거 김구 김규식 여운형 선생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나자 독립운동가 후손과 광복회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박은식 위원은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과한다”며 광복회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으로 추앙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을 이승만 전 대통령과 비교해 매도하는 것은 일천하고 비뚫어진 역사의식이라며 독립운동가 후손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전문과 일부 블로그에 올라온 박은식 위원의 2021년 SNS 글 '광주청년의 좌파탈출기 #3' 전문을 보면, 박 위원은 “막장국가 조선시대랑 식민지를 인제 막 벗어난 나라의 첫 지도자가 이 정도면 잘한 거 아니냐?”며 “그래도 이승만이 싫다고 하믄 대안이 누가 있냐?”고 썼다.

박 위원은 “김구? 폭탄 던지던 분이 국제 정세와 나라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잘 알까? 여운형 암살에 김구가 관련되있는건 들어봤냐? 김규식. 응. 엘리트 유학파지. 근데 김규식 묘지가 어디있는지 알아? 북한 열사릉이야 북한. 여운형? 아이고 김일성한테 이미 남한 뺏기고 숙청당했을거다”라고 비하와 조롱을 섞어 적었다.

▲박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1일 오전 부산 현장 비대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박 위원은 특히 “이승만이랑 건국세대 어르신들 아니었으믄…전기도 안들어오는 김씨 세습왕조 밑에서 노예로 굶주리고 있겄제”라며 “'이승만이 최선'이었다고!”라고 썼다.

'광주청년의 좌파탈출기 #8' 글에서는 “노예제에 의존하던 조선과 근대화된 대한민국 사이의 큰 간극에 결국 일제강점기가 있었음을 확인했던 순간이었다”며 “굴욕적이긴 했지만, 그게 '역사'였다”고 썼다.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일제의 역할을 강조한 내용이다.

이에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광복회도 박 위원을 성토하는 입장을 냈다. 광복회는 11일 오후 성명에서 “박은식 국민의힘 비대위 위원의 과거 발언에서 드러난 일련의 역사인식이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을 깎아내리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은식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지난 2021년에 쓴 광주청년 좌파 탈출기#3편에 김구 김규식 여운형 선생을 두고 비하 및 조롱섞인 표현을 하고 있다. 주요 대목 강조표시. 사진=블로그

광복회는 박 위원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으로 칭하면서 국민적 공감 없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논리를 옹호했다면서 “박 위원이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칭하고, 건국의 국부로 추앙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구를 이승만과 비교해 매도하면서 다른 계열의 독립운동가를 폄훼했다”며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할 한 사회의 리더로서 비뚤어진 역사의식이며 적절치 못한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이 외교투쟁 뿐 아니라 자정순국을 비롯, 의병투쟁, 무장투쟁, 의열투쟁, 실력양성, 애국계몽, 문화투쟁 등 여러 방향으로 진행됐으며, 다양한 계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하는 공동전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박 위원이 한 독립운동가를 다른 계열의 독립운동으로 비교 평가하고, 김구 외에도 김규식, 여운형 선생을 조롱한 것을 들어 “그 자체가 일천한 역사의식이며, 독립운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근거 없이 김구선생에 대해 흑색선전을 일삼고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정신을 비아냥거렸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이 '노예제에 의존한 조선과 근대화된 대한민국 사이에 일제강점기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광복회는 “일제강점기 자체가 우리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수탈과 침략, 자유의 제약 시기였던 만큼, '친일사관'에 근거한 언급으로 여겨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윤봉길 의사 후손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9일 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봉길 의사의 과거 군법회의 중 밝힌 견해를 소개했다. 1932년 5월4일 일제의 상해파견군 군법회의에서 예심관이 폭탄 투척이 독립운동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묻자 폭탄던진 분(윤봉길 의사)이 “이번의 폭탄 투척이 직접적인 효과는 없지만 단지 조선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아가 세계 사람들에게 조선의 존재를 명료하게 알리기 위해서이다. 지금 이대로는 타국을 봐도 조선은 일본과 같은 색으로 칠해져 세계 사람은 조선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 때 조선이라는 관념을 세계 사람들의 머리에 새겨두는 것도 독립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이어 윤 의원은 “폭탄던진 분이 국제정세를 몰라서 폭탄을 던졌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난 10일 부산 기자간담회에서 “김구 선생에 대한 SNS 표현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하지 않는다”, “비대위원으로 공인이 됐기 때문에 더 언행에 신중하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부산 경남도당 방문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은식 비대위원의 김구 비하 글에 대해 자신도 공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이에 박은식 위원은 11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잘못된 표현이 있다. 사과 한다. (광복회 등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김구 선생은 여전히 존경의 대상이며, 다만 이승만 전 대통령이 너무 저평가 돼 있어, 친구들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대화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쓴 것 뿐 김구 선생 비하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박 위원은 윤봉길 선생이 국제정세를 몰라 폭탄을 투척했겠느냐는 윤주경 의원의 반문을 두고 “폭탄 던지는 것 쉽지 않다”며 “다만 대통령 만큼은 국제정세를 잘 아는 분이었다면 한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3년 전 글이고, 정치적 생각없이 끄적였던 글”이라며 “제가 광복회에도 스스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죠”라고 밝혔다.

외교운동 만이 아니라 무장 투쟁이나 의열 투쟁, 실력양성 운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이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박 위원은 “다른 방식의 운동했던 분들도 당연히 존경한다”며 “안타까운건 (김구선생과 달리) 이승만은 누구나 '독재자' '친일' '친미'라고 욕하다 보니 오해를 불식시켰으면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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