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단별 가격표까지…'프로 입단 미끼' 독립야구단 임원 거액 수수 (풀영상)

정준호 기자, 전영민 기자 2024. 1. 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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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로야구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모이는 '독립야구단'이 있습니다. 선수들 회비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데, 매년 여기서 몇몇 선수들이 프로팀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독립야구단의 운영진이 프로팀에 추천해주겠다면서 선수에게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정준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야구 명문고 4번 타자 출신인 A 씨는 프로팀 입단에 실패하면서 3년 전 경기도의 한 '독립야구단'에 들어갔습니다.

입단 1년 뒤 구단 운영진인 이사 B 씨는 A 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습니다.

한 프로팀 감독과 친하다며 돈을 주면 입단을 추천하겠다는 것입니다.

[B 씨/독립야구단 이사 :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 3장(3천만 원) 정도 하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님.]

[A 씨/전 독립야구단 선수 : (감독과) 친분을 과시하고 또 전화하는 것 보여주고.]

3천만 원을 받아간 B 씨는 돈을 전달했고 '육성선수'로 들어가기로 됐다고 A 씨에게 말했습니다.

[B 씨/독립야구단 이사 : 형(프로팀 감독) 논의하고 말고 없다. 다른 것 없고 육성선수 해주면 되고… 그러니까 "오케이" 얘기하더라고요.]

프로팀 육성선수는 계약금 없이 2군 선수로 뽑는 방식으로, 독립야구 선수에게는 프로 입단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입니다.

구체적인 계약일까지 말했지만, 계약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A 씨/전 독립야구단 선수 : 전화로 '계약서 쓰자' 그렇게 해서 짐 싸서 내려갔는데 하루 전날에 안 된다고 하고.]

B 씨는 프로팀 다른 관계자들에게 줄 돈과 감독과의 골프 비용 등을 명목으로 돈을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B 씨는 A 씨로부터 6천500만 원을 받아갔지만, 결국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 씨는 B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야구를 그만뒀습니다.

B 씨는 취재진에 A 씨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하면서 돈은 구단 운영비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B 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소환 조사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박지인,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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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이 독립야구단의 운영진은 피해 선수에게 청탁 방식이나 구단별로 드는 비용까지 설명했습니다. 일이 커지자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서 KBO도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전영민 기자입니다.

<기자>

그동안 야구계에서는 일부 프로구단들의 육성 선수 선발이 투명하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구단 고위 관계자에게 인맥을 통해 청탁하거나,

[전직 선수 : ○○가 저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구단에서 들어오라고(계약하자고) 했다고. 할아버지의 동생의 아들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갑자기 (구단) 사장 됐다고.]

뇌물을 주면 육성 선수로 입단할 수 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번에 프로 입단을 주선하겠다며 선수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고소당한 독립구단 이사 B 씨는 피해 선수 측에 육성 선수가 될 수 있는 부정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구단별 청탁 비용은 물론,

[B 씨/독립야구단 이사 : 자, C구단 같은 경우에는 4천만 원 든다 하더만, 가는데에. D구단이 7천 들더구만. 1년 계약을 해주니까. 근데 C구단은 그냥 계약하고 끝이야. E구단은 그게 없어. 그래서 물어볼 거야.]

프로구단 관계자에게 접대하는 사례도 담겼습니다.

[B 씨/독립야구단 이사 : 애가 자기 아버지가 F구단 2군 감독을 알아. 술 먹고 골프 치고 다 하고, 심지어 벤츠 한 대 사줬네. 룸살롱 가서 아가씨 붙여준 것까지 해가지고 내역 다 갖고 있더만.]

B 씨가 피해 선수 측에 거론한 다른 선수는 실제로 모 구단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B 씨/독립야구단 이사 : 4월 달에 들어간 애들 있죠, 두 명. 걔들 중에 한 명은 돈을 발랐더만. 스카우트 팀장이 ○○ 감독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같이 만나자 해서 같이 만났다고. 어제 그 얘기를 하더라고.]

B 씨는 SBS 취재진에 "모든 게 돈을 뜯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고, 해당 프로구단도 자체 조사를 벌였는데 "감독과 관계자들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습니다.

KBO도 이 문제를 조사 중인 가운데, 진실은 당국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입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정준호 기자 junhoj@sbs.co.kr
전영민 기자 ym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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