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대로 독성시험 한 사건”…가습기살균제 기업들, 2심 유죄
피해 공론화 13년 만…1심 뒤집혀
법원 “엄벌 불가피”…애경 측 “판결 겸허히 수용”
1심에서 무죄를 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2011년 불거진 지 약 13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한순종 전 SK케미칼 상무,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이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이마트 관계자 10명도 금고 2년~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선 범행에 가담한 정도를 고려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도 명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하지만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홍 전 대표 등은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한 가습기살균제 제품 ‘가습기메이트’를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제조·판매해 9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고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했다며 업무상 과실이 전부 인정된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가습기메이트 주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폐질환의 연관성을 입증할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가해기업들이 안전성을 검증할 주의의무까지 위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동물을 상대로 한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가습기살균제를 유통시켜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만성 흡입독성시험을 행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그간 겪었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거듭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고, 현재까지도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은 그 책임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날 법정을 가득 메운 피해자와 유족들은 항소심 판결을 ‘반쪽짜리 승리’라고 평가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민수연씨는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구형한 형도 너무 낮았지만 그것마저 선고되지 않아 (오늘)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래도 2심에서 그나마 유죄가 나왔단 점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애경 측은 판결 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피해 회복과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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