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탈당…민주당 ‘분열 속으로’

“다당제 새 길로”…‘원칙과 상식’과 협력해 ‘3지대 창당’ 공식화
이 전 대표 “총선 불출마”…의원 129명 “윤 정권 도울 뿐” 비판

뭐가 들릴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를 인용하며 “제2의 건국에 나서는 각오로 새로운 정치에 임하고 싶다”고 밝혔다.

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3명이 전날 탈당한 데 이어 이 전 대표마저 당을 떠나면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분열이 본격화됐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과 신당을 만든 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통합신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피폐에는 제 책임도 있다”며 “2021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민주당 대표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 2020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검찰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를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CBS 라디오에 나와 “(총선)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우선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은 12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과 함께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다.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신당과 제3지대 통합신당을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유진·신주영 기자 yjleee@kyunghyang.com